방위비 분담금 9200억~9300억 증액분 국내서 쓰게 방안 마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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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주한미군의 주둔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는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한국 측이 9200억~9300억원가량을 부담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한·미 양국은 10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제10차 고위급 협의를 열고 이 같은 의견 접근을 이뤘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아직 최종합의가 이뤄진 건 아니나 총액은 (미국이 요구하는) 9500억원까지는 올라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국은 11일 한차례 추가 협상을 통해 최종 문안 등을 조율한 후 청와대와 백악관의 보고를 거쳐 이르면 12일 합의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국 협상 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방위비협상 전담 대사와 미국 에릭 존 미 국무부 방위비분담 협상 대사는 방위비 총액과 제도 개선 문제를 놓고 막판까지 격론을 벌였다. 정부는 당초 지난해 분담금(8695억원)에서 물가상승률 정도를 반영한 9000억원가량을 제시했지만 미국이 정부 자동 예산삭감(시퀘스터) 등 재정 긴축을 이유로 1조원가량을 요구해왔다.10여 차례의 협상 끝에 정부는 총액에서 미국 측에 일부 양보하는 대신 제도 개선 부분의 투명성 확보를 얻어내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전시작전권 전환 재연기 등 한·미 간의 현안이 남아 있고, 장성택 처형 후 북한의 불안한 정세 등을 고려해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들어준 것이란 분석이다. 일본이 재정적 기여를 통한 미·일 동맹 강화 효과를 누리는 상황에서 500억~600억원가량의 추가부담으로 얻게 되는 한·미 동맹 강화의 실익이 더 큰 것으로 판단한 셈이다. 방위비 협정 만료로 인해 미군기지 이전 건설사업 등에 종사하는 우리 근로자들의 임금 체불 우려 등도 막판 끝장 협상의 배경이 됐다.

 대신 방위비 분담금 전용과 미집행 문제 등에 대해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증액된 분담금이 국내에서 소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인건비와 군수지원비·군사건설비 등 분담금 세부 항목에서 사용되는 비용이 한국 경제에 환류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군수품을 한국 물품으로 보급하거나 ▶미군부대 근로자로 한국인 채용을 늘려 증액된 비용이 국내에서 소비되는 방안이 추진될 전망이다.

 협상의 유효기간은 5년으로 하는 데 의견 접근이 이뤄졌다. 연도별 인상률은 지난 8차 협정 때와 마찬가지로 물가상승률을 기준으로 하되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날 전망이다. 이렇게 될 경우 2016년에는 방위비 분담금이 1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용산기지와 미2사단의 평택 이전이 2016년에 마감되는 만큼 3년 협상을 한 후 2016년부터는 군사건설비 등의 부담 요소를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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