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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릴「마로니에」추억 찾는 행렬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샛노란 은행단풍의 아름다움이 절정에 다다른 서울대 문리대 교정 내년 봄부터는 폐쇄되는「캠퍼스」모습을 잊지 못해하는 학생·교수·선배들이 마지막 늦가을 풍경을 사진에라도 담으려고 기념촬영에 줄을 짓고 있다.
관악산「캠퍼스」로의 이전과 정든 교정에 내년이면 고층 아파트가 들어설 것이 기정 사실화한 이번 가을, 문리대 교정에는 매일 2백여 명의 학생과 교수 그리고 졸업생들이 몰려와 4·19탑과「마로니에」그리고 은행단풍과 동숭동 대학로를 찾아 저마다의 추억을 마무리 짓고 있다.
「클럽」사진을 찍은 옥명희양(국문과3년)은『내년이면 다시 못 볼 모교의 풍경이기 때문에 단풍은 더욱 아름답고 끝없는 상념을 자아낸다』고 말했다.
또 여류소설가 전병순씨는 딸 강영주양(22·국문과4년)과 함께 1일 하오 문리대에 들러 30장의「칼라」사진을 찍었다.
철학과 박종국군(21)은 노란 은행잎이 항상 동공을 자극한다며 4·19탑 앞에 뒹구는 서리맞은 단풍이 못내 서럽게만 느껴진다고 했다.
최근 들어 공대·상대 등 단과대학은 물론 졸업생들도 후배들의 권유로 틈을 내어 문리대에 와 사진을 찍고 간다.
서독에 있는 약혼자와의 사랑이 바로 문리대 교정에서 여물었다는 사대의 김모양(24)은 약혼자에게 보낼 독사진을 찍으면서 낙엽을 쓰는 것이 못 마땅하듯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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