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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법 질서에 새 기류-내년 국제해양법 회의 겨냥한 각국 포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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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얼마 전 중공을 방문하고 돌아온 「세네갈」의 한 각료는 중공이 영해 2백 해리를 주장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중공은 올 들어 몇 차례 국제해양법회의 준비모임에서 후진 연안국의 이익을 강조하는 발언을 했으나 그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료하지는 않다.
몇 년째 중공뿐 아니라 많은 선·후진국으로부터 해양법 질서에 관한 새로운 제안과 일방적 선언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내년 5, 6, 7월 「유엔」주도하에 「배네쉘라」의 「카라카스」에서 열릴 해양법 회의를 겨냥한 포석들이다.
지구의 70%를 점하는 해양을 국제협정으로 다스리기 위한 제3차 해양법 회의 준비작업은 68년부터 시작돼 며칠 전 「유엔」총회 정치위에서 의회개최 일정이 확정되었다. 전세계 모든 국가가 참여할 해양법 회의는 해상·해중·해저에서의 인간의 모든 활동을 규제할 국제법을 작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우선 11월말 열흘간에 걸쳐 「뉴요크」에서 절차회의가 열러 위원회 구성문제 등을 결정한 뒤 내년 5월부터 10주간 「카라카스」에서 합의를 속개, 실질문제를 토의하게 된다.
「유엔」은 지금까지 58년과 60년 두 차례의 해양법회의를 개최한바 있다. 「유엔」 해저위의 3개 분과위가 지금까지 다루어 온 문제는 ▲각국의 관활권이 미치지 않는 심해저자원개발 ▲해양환경보존 및 과학적 조사 등 비교적 새로운 문제와 ▲영해·전관수역·대륙붕·공해상의 어업 등 해양법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망라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선진국과 후진국, 해양국과 내륙국, 원양어업국과 근해어업국간의 입장의 차이에 따른 대립이 많이 노출되었다.
▲영해의 범위를 둘러싼 해협통행 및 부가적인 경제수역인정문제 ▲대륙붕 획정 ▲공정상의 어업문제 등이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쟁점들이다.
첫째 영해의 폭과 이에 부수되는 경제수역 및 해협통행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영해의 폭에 대해서는 전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12해리로 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합의는 상당한 범위의 경제수역을 인정해야 한다는 많은 개발도상국의 주장과 영해라 하더라도 국제수로를 이루고 있는 해협의 해상 및 공중의 자유통행을 인정해야 한다는 선진국들의 입장을 전제로 한다.
이 두 전제에 대한 원만한 합의 없이는 영해제도 자체마저 합의에 도달하기 힘든다.
경제수역을 두어야 한다는 주장은 「아프리카」와 「카리브」 연안국들 및 남미의 대다수 국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경제수역의 폭은 영해 밖 2백 해리 주장이 가장 다수 설이다 .경제수역은 해중 및 해저자원의 개발 및 해륙오염방지에 대해 연안국의 배타적 관할권이 있으나 공중과 해상의 자유통행이 인정된다는 점에서 영해와는 다르다.
현재 「칠레」 「페루」는 명확히, 중공은 암묵적으로 아예 영해 2백 해리를 비치고 있으나 경제수역의 폭이 2백 해리 정도로 결정되면 이에 따를 것으로 보인다.
경제수역의 개념에 대해서는 일본이 반대태도를 견지하고 있을 뿐 미·소 등 선진해양국도 유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어 경제수역의 범위만이 문제일 뿐 개념자체는 국제적 인정을 받을 것 같다.
오히려 첨예한 대립이 있는 것은 해협통행문제다. 과거와 같이 영해 3해리가 널리 통용되던 때는 폭이 6해리만 넘는 해협이면 국제수로로서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영해 폭이 12해리가 될 경우 24해리 미만의 전 세계 1백16개의 해협은 모두 연안국의 영해가 돼 국제수로로서 문제가 생긴다.
유명한 「말라카」해협(8해리)「페르샤」만과 인도양을 잇는 「호르무즈」해협(21해리), 대서양과 지중해를 잇는 「지브롤터」해협(8해리)이 모두 연안국의 영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미·소·영·일·불·이 등 선진 해양국들은 그들의 생명선인 해협의 통행권을 확보하기 위해 해협에서의 자유통항(Free Transit)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반해 「말레이지아」·인니·비·희·「스페인」·「모로코」·「터키」 등 해협국가들은 오히려 몇년 「제네바」협약에서 규정한 무해통항(Innocent passage)마저 연안국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정해야 한다고 정면으로 맞서 있다.
선진국으로서는 국제수로를 이룬 해협의 자유통항이야 말로 양보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다. 그들의 현재의 영해제도인 선박의 무해통항이 아니라 공중 및 해상의 자유통항을 주장하는 까닭도 무해통항의 「무해」의 판단이 연안국에 달려 있기 때문에 무해시에 불안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연안국은 자국과 아무 관계없는 외국의 활동으로 안전의 위협, 해수오염, 선박사고 피해를 감수한다는 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둘째 대륙붕제도에 대한 이견이 있다.
58년의 「제네바」협정은 대륙붕의 폭을 『수심2백m 및 이를 넘더라도 개발이 가능한 영해 인접해저』란 이중 기준으로 규정했다. 「개발가능성」이란 모호한 기준 때문에 대륙붕의 경제문제를 놓고 인접국가간에 분쟁이 뒤따랐다.
특히 「유엔」에서 『인류공동의 유산』으로 선언된 심해저와 대륙붕의 경계를 획득하기 위해서도 어떤 명료한 기준이 필요하다.
각국이 내세우고 있는 입장은 ⓛ수심 2백m까지 ②대륙융기(Continental Rise)까지 ③수심에 관계없이 거리로 50정리∼2백 해리까지 ④수심 2백m와 일정거리 중 넓은 데까지로 다양하다.
세째 공해에서 어업문제가 있다. 공해어업에 대해서는 완전 자유를 요구하는 일본 같은 나라, 어종의 보존을 위한 어느 정도의 규율이 필요하다는 대부분의 나라와 연어 등 소하어종에 대해 연안국의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미국 등 세 갈래 입장이 있다.
미국은 어종을 연안 어종·소하 어종·공해 어종으로 나누어 이런 주장을 펴는데 연어잡이를 막기 위한 너무나 조작적인 주장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밖에 ▲심해저자원개발 ▲바다의 환경보존 ▲과학적 조사 등에 대해서도 선진국은 연안국의 권한을 줄이려는데 대해 후진국들은 해수오염정화를 「컨트롤」하고 과학적 조사를 허가사항으로 하자는 등 연안국의 권한을 강화하려는 입장이다.
최근에와 해양법 준비과정에 참여한 중공은 ▲영해제도 ▲해협통항·심해저 관리 ▲해수오염 정화 ▲과학적 조사 등 거의 모든 문제에 관해 연안국의 권리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현재까지 밝혀진 그들의 입장은 일반적인 것일 뿐 인접국과의 구체적인 분쟁을 해결하는데 기준이 될 정도의 것은 아니다.
만일 중공이 주장한 영해 2백 해리가 적용되더라도 우리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상호 영해가 중복되기 때문에 결국 경계획정의 문제로 귀착되고 만다.
그렇다면 현안중의 가지 및 동지나해 대륙봉 경계획정 분쟁과 똑같은 성격의 문제가 될뿐이다.
해양법회의의 경과와 결과는 우리에게 직접 이해관계를 미친다. 이미 큰 관심을 쏟고 있는 대륙붕 경계 획정, 원양어업의 발달과 경제수역의 적정한 폭, 대한(23해리) 및 제주해협(12해리)의 통항 허용 여부, 현재 명확한 영해개념을 정립하지 못한 우리로서 영해의 폭 설정 등은 특히 관심을 가져야 할 일들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지가 소련의 대한 접근과 소련함정의 대한해협 통과 문제의 함수관계를 지적한 보도는 음미할 만하다.
각국의 이해관계가 그대로 노정될 제3차 해양법 회의는 순탄치 않을 것이 분명하며 어쩌면 중공 등이 시사한바와 같이 일원적인 국제법이 아닌 다원제도의 채택 가능성도 높다. 이해대립이 첨예한 영유제도가 특히 그렇다.
어떻든 『「유엔」이 전개하는 가장 중대한 국제협상』으로 지칭되는 이번 회의는 외교사상 가장 복잡하고 영향이 큰 사업의 하나가 될게 틀림없다. <성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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