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맛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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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담배의 신제품을 판매하기까지에는 보통 2년이 필요한 것으로 되어 있다. 물론 외국의 얘기다.
우선 의장과 정가를 결정한다. 그리고 그 맛을 정해 나간다. 이게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다.
신제품은 어느 것이든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담배들 보다 뭣 인가 조금이라도 좋은 점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늘 시끽이라는 것이 있다.
시끽의 「포인트」에는 다섯 가지가 있다. 향·맛·버릇·완화성·조화도 등이다.
좋은 담배란 대개 향내와 맛의 「밸런스」가 잡혀 있는 것을 말한다. 향기를 좋게 하려면 상질의 담배 잎을 많이 써야 한다. 그렇다고 향내가 너무 코를 찌르게 되면 안 된다. 맛도 마찬가지다. 너무 짙으면 역겨워진다. 아래서 여러가지 「브랜드」의 담배들을 섞어 가며 맛과 향내를 맞춰 나간다.
이런 시끽의 전문가가 일본에만도 약5백명이 있다. 이들은 전국의 전매청서 각 제조공장에 흩어 져서 사들인 잎담배들의 품질을 검사하고 정기적으로 시끽을 한다.
이들은 또 시끽 기술의 향상을 위해서 해마다 몇 명씩 연수를 받는다. 이 중의 「엘리트」는 30년 이상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하루 1백50개비 점도의 담배를 비교해 나간다.
물론 외국의 얘기다.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시끽의 전문가들이 있는지 알 수 없다 있다 하더라도 그처럼 매일같이 공들여 가며 시끽해 나가고 있는 것인지 분명치가 않다.
분명한 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그런 시끽이 별로 요긴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뿐이다.
전매청은 새해부터는 「아리랑」담배의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그 대신 다른 값싼 담배의 신제품을 내 놓겠다는 얘기는 없다. 몇 가지 짐작되는 것이 있다. 우선 「아리랑」이나 「신탄진」이나 품질이며 맛이 별로 다를 바 없기 때문이라는 짐작이다. 비슷한 품질과 맛의 담배를 굳이 두 가지씩 만들어 낼 필요는 없다. 공연한 낭비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신탄진의 맛이 옛「아리랑」보다 별로 더 좋지 않기 때문이라는 짐작도 있다. 이것은 그리 정확한 「짐작」같지는 않다.
우리나라에는 시끽의 전문가들을 마로 길러 내고 있지는 않다. 있다 하더라도 별로 가려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담배 맛이다. 그렇게 까다로운 맛을 보통 시골 사람들이 가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싼게 비지떡이란 말만이라도 듣지 않도록 비싼 담배를 파는 게 좋다.
그뿐이 아닐 것이다. 금잔디다, 백조다 하는 20원짜리를 피우던 시골 사람들이 어느 때부터서 인지 35원 짜리 아리랑을 피우게 됐다.
시골 사람들이라고 이제 50원 짜리 신탄진을 못 피울 것도 아니다. 농촌의 낙후성은 이런 것에서부터라도 벗어나야 할 것이다. 이게 또 하나의 「짐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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