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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칼럼 맡은 심은하, 13년 만의 방송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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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저랑 산책하실래요? 안녕하세요, 심은하입니다.” 9일 오후 1시45분. 극동방송 라디오(FM 106.9MHz)에서 십여 년간 들을 수 없었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드라마 ‘마지막 승부’(1994) 다슬이의 목소리가, 영화 ‘8월의 크리스마스’(1998) 다림이의 목소리가 세월을 건너뛴 듯 생생하게 들려왔다.

 영화배우 심은하(42·사진)씨가 13년 만에 방송 마이크 앞에 앉았다. 심씨는 2000년 영화 ‘인터뷰’를 끝으로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이듬해 연예계를 은퇴했다. 2005년 지상욱(49) 전 자유선진당 대변인(현 연세대 사회기반시설자산관리연구센터장)과 결혼한 뒤로는 일체의 외부 활동을 하지 않았다. 지 전 대변인이 2010년 6·2 지방 선거에서 서울시장에 출마했을 때도 유세장에 끝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을 정도로 외부 활동을 극도로 자제해 왔다.

 그런 심씨가 지난 6일부터 기독교 선교 방송인 극동방송 라디오에서 방송 활동을 재개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오후 1시45분 ‘심은하와 차 한잔을’이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심씨가 홀로 진행하는 3~5분짜리 칼럼 형식의 방송이다. 심씨가 삶의 가치와 의미 등 기독교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이다. 9일 방송에서 심씨는 ‘산책’을 테마로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산책은 보는 게 아니라 만나는 것이라고 합니다. 땅과 숲과 나무와 공기와 하늘과 만나는 것이죠. 늘 많은 것과 마주치면서도 대강 보고 스쳐 지나간 건 아닌지. …제대로 산책하지 못한 건 마음이 분주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은 여유도 가지지 못하게 하는 세상의 분주한 일들 때문에 힘겨우셨나요. 주님, 진심으로 만남의 여유를 갖게 해주세요.”

 심씨는 2005년 지 전 대변인과 결혼하면서 기독교 신앙이 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결혼식 주례도 온누리교회 고(故) 하용조 목사가 맡았었다. 심씨는 2008년 기독교 잡지 ‘빛과 소금’과 은퇴 후 첫 언론 인터뷰를 하면서 “지난 삶에 대한 미련, 두려운 미래, 그 모든 시간을 이기고 밝은 빛을 만나게 된 것은 오직 하나님이 만져주셨기 때문”이라며 깊은 신앙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극동방송 관계자는 “연예인 심은하가 아니라 기독교 신앙인 심은하로서 선교 목적의 방송에 참여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씨의 한 지인도 “심씨가 선교 활동의 일환으로 라디오 방송을 맡은 것일 뿐 드라마·영화 등 연예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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