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 '해상식별구역'에 필리핀·베트남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중국이 남중국해상의 영유권 분쟁 해역에 외국 어선 진입을 막는 조례를 만들어 시행 중인 사실이 확인됐다. 동중국해 상공의 방공식별구역에 이어 해상식별구역까지 선언한 셈이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9일 중국 하이난(海南)성 인민대표대회(지방의회 격)가 지난해 11월 말 중국의 어업 관할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분쟁해역에 외국 선박이 진입할 경우 자국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조례 위반 외국 어선에 대해서는 어획물을 모두 몰수하고 최고 50만 위안(약 8774만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조례는 1일 발효됐으나 대외공표는 되지 않았다. 보도가 알려지자 대만 외교부는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국의 일방적인 새 규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베트남과 필리핀도 사실 확인에 나서는 한편 중국의 조치에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외국 선박이 진입 시 신고를 해야 하는 해역은 남중국해의 57%에 달하는 200만㎢에 달한다. 여기엔 필리핀과 영유권 분쟁 중인 중사군도(中沙群島)의 황옌다오(黃巖島·스카보러 섬)가 포함돼 있다. 이 섬은 중국에서 1111㎞, 필리핀에서 233㎞ 떨어져 있다. 중국은 고대부터 이 섬을 중국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반면 필리핀은 자국 배타적 경제수역(EEZ·자국 연안에서 200해리 이내)에 있다는 입장이다.

 2012년 5월과 6월에는 중국과 필리핀 군함이 황옌다오 부근에서 자국 영토를 주장하며 대치했었다. 당시 중국군은 남중국해를 담당하는 광둥(廣東)군구에 비상경계태세를 발령했고 필리핀은 미국과 해상훈련을 해 긴장이 고조됐다. 이 섬 부근에는 현재 확인된 천연가스 매장량만 5600억㎥에 달한다.

 베트남과 분쟁을 하고 있는 난사(南沙)군도와 시사(西沙·파라셀 제도)군도의 일부 암초 부근 해역도 신고 대상이다. 하이난성 문물국은 2012년 6월 시사군도 주변을 문화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해저 유물을 탐사를 하고 있다. 중국은 또 2012년 6월 전자칩이 내장된 새 여권을 발급하면서 남·동중국해 대부분과 필리핀·브루나이·말레이시아·베트남 등의 연안까지를 자국 영토로 표시한 지도를 새겨 넣고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최형규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