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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17일 전쟁」…양측 손익 계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중동휴전이 결정되기가 바쁘게 「아랍」과 「이스라엘」사이에는 새로운 싸움이 시작되었다. 이번 전쟁에서 어느 쪽이 「이득」을 봤느냐를 두고 선전전이 불붙은 것이다.
진짜 전쟁 때와는 달리 입씨름에서 선제공격을 가한 것은 「이스라엘」쪽.
「유엔」안보리의 결의가 나오자마자 「17일 전쟁」의 결산서 일부를 공개, 「이스라엘」이 1천9백84평방㎞의 「새 땅」을 벌었노라고 떠든 것이다.
「이스라엘」의 계산에 의하면 그들이 잃은 것은 「수에즈」운하 맞은편의 폭3∼6㎞짜리 좁은 띠 모양의 사막에 불과. 그 대신 「골란」북부와 「이집트」본토 등을 빼앗아 결국 조금 주고 많이 뺏었으니 덕을 본 건 자기들이라는 주장이다.
이상하게도 「아랍」쪽에서는 이에 대한 반격이 신통찮다. 점령지에 대해서건 「이스라엘」측에 입힌 손실에 대해서건 일체 말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입수된 외신을 종합해 보면 양측의 산술적인 득실은 그저 엇비슷한 것 같다. 전쟁 당사국의 전과 발표는 으례 상당한 과장이 섞이게 마련이지만 「이집트」 「시리아」「이스라엘」의 3개국이 발표한 전과를 모두 보태면 3개국의 전쟁장비는 모두 결판났다는 얘기로 된다. (별표참조).
미 정보통이나 소련 「타스」통신의 보도로 봐도 3개국이 입은 손실은 이들이 거의 빈사상태임을 나타낸다.
하지만 「아랍」측으로서는 자신의 손실에 대해 별로 유감이 없는 것 같다. 「이스라엘」의 피해가 거의 같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상승신화를 깨었다는 자긍심은 앞으로의 전개에 큰 쐐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화로 인한 피해액은 「이스라엘」이 약35억「달러」, 「시리아」와 「이집트」도 각기 그 정도의 수준으로 총 1백억「달러」이상이라 한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득실은 이와 같은 산술적 통계만으로는 따질 수 없다.
「아랍」의 경우 이번에 얻은 가장 큰 이익은 무엇보다도 「아랍」 민족주의의 단결력을 재확인한데 있었다 할 것이다.
16개국으로 형성된 「아랍」 연합전선은 10억「달러」의 전비를 갹출했고 「알제리」「모로코」「이라크」 「요르단」은 직접파병을 했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동 5개국의 대미석유수출 중단은 「아랍」연합전선의 단결력을 가장 집약적으로 상징한 사건이었다.
이것은 이번 전쟁의 대차대조표에서 제일 의미심장한 항목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전쟁의 손익계산을 단순한 셈본의 차원을 벗어나서 작성한다면 미국에 대한 「석유봉기」야 말로 연맹의 분깃점이 된다는 얘기이다.
사실 2차대전 후 탈「이데올로기」시대의 문이 열린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3세계나 서방국가에서 이처럼 집단적으로 대미투쟁의 전열을 가다듬은 적은 한번도 없었다.
말하자면 「유엔」을 이용하여 세계정치를 좌우해 오던 미국의 패업은 전후 처음으로 집단 저항에 부닥친 셈이다.
이것을 거꾸로 뒤집으면 「아랍」·소련측의 이익으로 계산될 것이다.
이번 전쟁의 결과가 세계정치에 미칠 영향으로서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것은 세계 전체의 지정학적 지도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즉 「아랍」연합전선 16개국이 필연적으로 소련쪽에 기운 이상 미국의 대소 포위망은 한쪽 귀퉁이가 완전히 빠져 버리고 말았다. 인도-「파키스탄」전쟁에서 인도 대륙을 잃고 이번 전쟁에서 「아랍」세계와「아프리카」의 북부지역을 잃었으므로 해양국가와 대륙국가의 전통적인 대결방식인 해외 전초기지에 의한 포위망 구축은 완전히 깨어진 것이다.
어쨌든 제4차 중동전의 결과는 「아랍」과 「이스라엘」의 양각만 다룰 경우의 단식부기와 미·소를 포함한 경우의 복식부기가 손익의 결과를 현저히 달리한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 있다할 것이다. <홍사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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