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다액 도난…넋 잃은 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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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다액 도난사고가 늘고 있다. 최근 서울동대문구청 세금도난, 신흥증권 주식도난, 신당동 조일사전당포 도둑 등 사무실금고 전문털이와 고급주택가의 야간주거침입절도, 외국인상대절도 등에 의한 다액 도난사고가 잇따라 일어나고 있으나 경찰은 이를 시원스레 해결하지 뭇하고 있다. 13일 서울시정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피해액 50만원이상의 다액 도난사고는 3백5건이 발생, 이중 미제사건은 2백20건으로 피해액은 2억5천2백여만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1백만원이상은 모두 30건. 3백5건의 다액도난사전중 85건만이 해결되어 검거율은 35%에 지나지 않고 있다.
미제 사건 중 주택과 사무실털이는 1백58건이고 외국인상대가 52건이다.
지난해에도 서울에서만 2만4천9백6건(피해액15억7천7백여만원)의 도범이 발생, 1만8천5백61건이 해결됐으나 피해자가 되찾은 금품은 37%에 지나지 않았다.
신전중권 1억1천만원 어치 주식도난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발생5일이 지나도록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증권「브로커」5백여명과 명동·충무로 일대의 우범자를 상대로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또 동대문구청 세금5백56만여원이 도난 당한 사건도 외부침입의 흔적이 전혀 없어 내부관계자의 소행이란 심증을 굳혀 구청직원 등 2백여명에 대한 지문대조만 벌이고 있다.
경찰은 12일 서울동대문구 제기2동5의12 신일국(주인 차병준·40)에 30대 청년 1명이 도난당한 수표1장을 사용한 것을 밝혀내 수사하고 있다.
서울중부정찰서의 경우 조흥은행 본점에서 도난 당한 자기앞수표용지 3천장(액면누계 1억6천만원)도난사건수사를 위해 6개월 동안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있으나 지난 추석전후 시중에 1만원짜리 수표4장이 나돌아도 아직 범인을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8월29일 중구명동 「로열·호텔」에 투숙중인 일본인 「나까무라」씨가 52만3천원을 도둑맞는 등 중부서에만도 13건이나 미제로 남아있다.
경찰에 따르면 도법해결이 늦어지는 것은 ①일선 파출소의 업무과다로 예방활동 부진 ②강력사건 수사에 도범전문형사가 모두 동원되고 ③경찰의 형식적인 수사 등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수사규범 제205조2항에 따라 도범발생 후 2개월안에 검거하지 못할 경우 연4회에 걸쳐 특별수사를 벌이게 되었으나 실제로는 특별수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일선 경찰서에서는 미제사건 카드를 작성, 본국에 보고조차하지 않아 업무처리에 지장이 많다는 것. 경찰수사간부들은 최근 구로공단「카빈」강도사건 등 강력 사건에 전 경찰수사력을 빼앗기기 때문에 도범수사에는 손쓰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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