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참전의사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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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예컨대 「호텔·로비」에서 만났던 대학생 3명은 1단 짜리 신문기사 몇 개를 묶어서 현재의 정세를 다음과 같이 풀이했다.
『소련의 무기원조가 중형「탱크」를 제외하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가 석유폭탄(석유를 정치적 압력으로 이용하는 것)을 실제로 사용할 의사가 없으니 이번 전쟁도 기껏해야 무승부를 기록할 것』이라는 결론이다.
어째서 그렇게 논리가 비약할 수 있느냐고 했더니 그 대답 또한 간결하다. 『전쟁에 임하는 자세가 「한정」되어있으니 승부도 「한정」될게 아니냐』고 반문한 것이다.
이곳에 와서 또 한가지 확인한 것은 「레바논」사람들에게 대「이스라엘」전에 뛰어들 생각이 전혀 없다는 점과 「요르단」역시 비슷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본 기자가 만난 「베이루트」시민들 가운데 「요르단」의 참전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아직도 「베이루트」시의 야경은 『중동의 「파리」』라는 말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휘황찬란하다. 너무 이상스러워서 「호텔」지배인에게 물어봤더니 그럴 만도 했다.
그의 표현을 빌면 『첫째 우리는 고대 「페니키아」이래의 장사꾼이니 이가 없는 짓은 하지 않는 버릇이 있고 둘째, 국민의 절반 가량이 기독교도라서 인종상으로는 「아랍」이지만 정신구조는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낱마다 하늘을 찢는 듯 초음속을 내면서 저공으로 「시리아」를 향해 날아가는 「이스라엘」「팬텀」기 모습에 이곳 주민들은 적의의 눈초리를 보내고있다.
11일 상오 11시부터 약1시간동안 「티로우스」남쪽 10km지점의 주택가에서는 때아닌 포성으로 주민들이 불안에 휩싸였었는데 이는 「골란」고원전투가 차츰 가까이 접근하고 있음을 말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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