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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싸워야 하나 |문답으로 풀어본 중동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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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6년만에 재발한 중동 전쟁은 5일째로 접어들었지만 양측의 일진 일퇴로 승패 불명 속에 언제 끝날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6일 전쟁」때와는 달리 선제 공격을 한 「아랍」 측이 약간 전쟁을 유리하게 끌어가고 있지 않나 보인다. 제4차 중동 전쟁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왜 자주 싸우는가?
「아랍」측은 2백만 동포의 생활 터전인 「팔레스타인」을 빼앗긴 위에 이것을 되찾으려다가 「시나이」반도와 「예루살렘」이동 지역, 「골란」고원까지 먹혔으니 못 참는게 당연하다. 한편 유대인들은 건국 과정에서 우격다짐을 벌인 것은 사실이나 이것을 사양했다가는 나라를 세울 수가 없었으며, 67년 전쟁 때 「시나이」 반도와 그 밖의 지역을 점령한 것도 말하자면 국가와 민족의 생존권을 위한 자위책이었다.
전쟁이 종식되기 위해서는 「아랍」과 유대인이 동시에 만족하고 열강들의 미묘한 이해 관계도 건드리지 않는 타협책을 찾아야하는데 현재로서는 전혀 방향이 잡히지 않고 있다.
▲양측의 군사력은 어떤가?

<아랍 측의 무력 크게 증강>
산술적으로 따진다면 「이스라엘」이 많이 모자라지만 지금까지는 「이스라엘」이 우수한 장비와 「아랍」측보다 잘 훈련된 조종사 및 기술병을 갖고 있어 우세한 전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67년이래 「아랍」 국내에는 우수한 「이스라엘」의 공군력을 무력하게 할 지대공 (샘) 「미사일」, 또 포대보다 훨씬 큰 위력을 가진 「프로그」 지대지 「미사일」을 갖추고 있고 조종사의 기술도 많이 향상된 것 같다.
개전 5일째 접어든 10일의 전황이 오히려 「이집트」쪽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사실은 군사 전문가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
▲ 「아랍」 15개국 연합 전선의 내용은?

<전세 우세하면 가담할 듯>
아직은 태동 단계에 불과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거나 대규모의 소모전으로 변할 경우에는 상당한 위력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15개국 가운데 현재 실병력을 내놓은 나라는 「모로코」·「알제리」·「이라크」의 3개국뿐이며 그 내용을 보면 미미하다 .「모로코」는 보병 5백명, 「알제리」는 공군기 몇 대에 불과하다. 「이라크」가 약간의 공군기를 보낸 외에 10만 병력을 내놓겠다고 선언했지만 수송 문제·자금 등을 고려할 때 실효는 극히 의심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라엘」에 접경해 있으면서 참전을 보류하고 있는 「레바논」과 「요르단」의 움직임이다. 이들이 참전할 경우 「이스라엘」은 강력한 동부 전선과 「시나이」전선의 양면에서 협공을 받게되어 지극히 어려운 입장에 빠지게된다. 아마 「아랍」측 전세가 분명히 우세해지면 이들이 가담,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될 것 같다.
▲「아랍」측의 단결은 왜 어려운가?
무엇보다도 국가 이익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효과적인 공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의 「레바논」이나 「요르단」의 경우 자칫 전쟁에 휘말렸다가는 나라가 쑥밭이 되고 집권층의 지위도 그만큼 흔들리게 된다.
「요르단」의 「후세인」왕이 「사다트」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동원을 않는 것도 공연히 벌집을 쑤신데 뛰어 드느니보다 뒷전에서 합성이나 질러주고 굿 구경이나 하자는 입장 때문이다.
「모로코」·「이라크」·「알제리」등 이번에 실병력을 보낸 국가가 한결같이 「이스라엘」의 「리치」 밖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을 유의해야 한다.
▲「이스라엘」은 원자탄도 갖고 있다는데?

<실전에 사용하지는 못해>
KT급 원자탄을 갖고 있다는 설이 파다하다. 하지만 설사 이들이 원자탄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실전에 쓸 수 있는 경우란 유대 국가가 명실공히 멸망의 위기에 설 때뿐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이스라엘」의 원자탄은 「종이 호랑이」나 마찬가지다.
▲「아랍」의 「석유 폭탄」은 어떤가?
겁을 주는데는 매우 효과적이지만 실제로 써 먹을 수는 없기 때문에 역시 「종이 호랑이」다. 「아랍」 제국이 만약 「쿠웨이트」나 「이라크」의 제안대로 일치 단결하여 석유생산을 중단하거나 수출을 금지한다면 그 위력은 핵 탄의 그것보다 훨씬 더 크겠지만 실제로 사용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을 실제로 사용한다는 것은 EC제국과 미국의 사활 문제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
▲만약 전쟁이 지구·소모전으로 된다면….

<이 유류 보급에 차질 줄듯>
「이스라엘」이 훨씬 불리해 진다. 인력 면에서나 자원 면에서나 「이스라엘」은 속전속결이 절대 필요하다.
예비군이 동원되면 후방의 사업 활동이 거의 「스톱」되므로 2주일만 넘어도 「이스라엘」의 타격은 눈에 띄게 두드러질 것이다.
「아랍」측의 군수품도 장기 소모전을 감당할 정도는 못되지만 비 참전 「아랍」 국가의 비축무기를 돌려쓸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전세가 유리해지면 이러한 강점은 더욱 활발히 작용할 것이다. 특히 「이스라엘」은 기동력의 밑바탕인 유류의 보급에서 대단한 차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쟁은 어떻게 해결될 것 같은가?
싸움터에서 결판낼 수 없는 것만은 분명하다. 「아랍」에는 전면적인 승리를 거둘 능력이 없고 「이스라엘」은 설사 그런 능력이 있더라도 자제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기본 양상이 이렇다면 남아 있는 길은 강대국들이 중재를 해서 예전처럼 얼버무리는 수밖에 없다.
특히 무기와 탄약을 대주는 미·소 양국이 합의한다면 이들은 싫더라도 따라가야 할 신세다.
따라서 전쟁의 마무리는 후견국인 미·소의 막후 합의가 선행된 다음 「유엔」과 같은 장소를 이용해서 전쟁 당사국들을 주저앉게 만들 것으로 추측된다. <홍사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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