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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내 불만 해소의 돌파구|중동전 개전을 둘러싼 아랍 진영 집안 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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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전 뒤 나타난 정황으로 미루어 「아랍」「이스라엘」전은 「이집트」「시리아」군의 선제 공격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
「아랍」측 선공설을 전제로 한다면 객관적인 여러 가지 여건상 전투 면에서의 승산이 뚜렷하지 못한 채 개전하게 된 「이집트」「시리아」 및 「아랍」 내부의 정세가 이번 전쟁의 성격을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이집트」·「시리아」가 분명한 승산을 갖지 못한 채 개전을 한 것은 「이집트」「시리아」 국내는 물론 다른 「아랍」권의 대 「이스라엘」 강경 결전 논자들의 우유부단하다는 불만을 해소시키자는 속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는 평화 교섭에 의한 중동 평화를 희망하면서도 72년까지는 여러 차례 「이스라엘」과의 「연내 결전」을 내세우던 「사타트」「이집트」 대통령은 올 들어 태도를 바꾸어 결전이라는 구호를 입밖에도 내지 않았었다.
그러나 금년 들어 「카이로」의 대학생들이 대 「이스라엘」결전을 주장하며 「데모」를 벌이는 등 정정 불안에서 오는 불만의 분화구를 찾으려는 국민의 「에너지」가 포화 상태에 이른 것으로 관측되기도 했었다.
아울러 「가다피」「리비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아랍」 진영에 강경론자들의 「사다트」 대통령에 대한 불만 역시 국내의 압력 못지 않은 압력 요인이었다.
지난 9월초에 「아랍」 연방의 이름으로 통합하기로 했던 「이집트」「리비아」는 두 지도자의 견해 차이로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갔었다.
「가다피」는 이후 「사다트」「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불신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중간 전쟁은 다분히 「아랍」 진영 안의 불만 해소를 위한 내수용이라는 인상을 짙게 하는 것이다.
「리비아」의 「가다피」 대통령이 개전 직후 「아랍」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하면서도 「이집트」「시리아」의 전략이 온당치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러한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가다피」로서는 제한된 목적을 위한 전쟁이 아니라 「시오니즘」 추방을 위한 「아랍」- 「이스라엘」총력전을 희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알제리」「모로코」「이라크」등이 실 병력을 투입하는 마당에 「아랍」 민족주의의 정신적 지도자임을 자처하던 「가다피」가 「돈」만 내놓겠다고 나선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크」「요르단」등은 「리비아」와는 전혀 다른 동기에서 「아랍」측의 대동 단결을 방해하고 있다.
「리비아」의 경우 개전에 적극 협력하지 않는 것은 전쟁 자체가 건곤일척의 총력전이 아니라는데 대한 불만 때문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등은 미국의 입김 내지 자국의 국가 이익 때문에 행동을 망설이는 것이다.
「아랍」 사회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힌 「요르단」의 「후세인」왕은 말할 것도 없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쿠웨이트」「이란」「예멘」등도 말 이상의 훈수를 할 뜻은 없는 것 같다.
성명서와 지원 약속으로 체면만은 살리면서 뒷전을 보는 것은 「수에즈」 분쟁과 「6일 전쟁」 이래 이들의 상용수법이었고 이번에도 그 껍질을 벗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원군을 보면 「모로코」나 「알제리」의 경우도 큰 눈으로 보면 별로 다를 것이 없다. 5백명의 보병이나 수대의 전투기가 전력의 균형에 영향을 미칠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라크」가 10만 병력을 내놓은 것도 보기에 따라서는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 왜냐하면 「이라크」는 개전과 동시에 2개의 미국 석유 회사를 국유화, 이번 전쟁의 당사자가 되지 않는 한 이 문제의 사후 수습에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으로 분석되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집트」「시리아」가 왜 현재와 같은 시기를 택하여 전쟁을 개시했는가에 있다.
「알제이」의 비동맹 회의에서「아랍」·「게릴라」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다짐한 뒤 지난 9월초 「이집트」「시리아」 「요르단」 3국이 「카이로」에서 수뇌 회의를 열고 「요르단」의 「아랍·게릴라」 탄압 이래의 불화를 청산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동부 전선의 재 결속을 약속했었다.
그러나 이는 군사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인 통일 전선으로 이해되어 왔었다. 즉 서방 세계에 이미 커다란 압력 요인이 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등 「아랍」산유국의 석유를 하나의 「전술 무기」로 곁들여 「이스라엘」의 후견국인 미국에 압력을 가하는 한편 동부 연합 전선의 강화로써 「이스라엘」의 양보를 얻어내려는 평화 공세의 하나로 평가되어 왔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갑자기 전쟁이 벌어진 것은 「아랍」 진영 내부의 내수용으로서의 목적이외에도 동결 상태의 타파, 지금까지 약한 것으로만 인상지어졌던 「아랍」 군사력·연대의식의 결속 과시와 아울러 꼭 있을 것으로 예견되어 왔던 「키신저」의 중동 외교를 「아랍」측에 유리하게 이끌려는데에도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즉 「이집트」가 추진하려는 평화에 의한 해결 구상이 결코 나약하거나 우유부단에서 오는 굴종이 아니라는 것을 「아랍」 제국에 선전함으로써 강경파의 입을 틀어막는 효과 외에 미국 중동 정책의 허를 찌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랍」 결속을 과시한다는 1차적 목표는 「아랍」 산유국들의 재정 지원 약속을 비롯, 「요르단」「이라크」「수단」 등의 군사 동원 태세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거의 예로 보아 이들 국가가 실제로 적극 군사적으로 개입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미국은 석유 자원 문제 등으로 이미 종래처럼 강력하게 「이스라엘」 지지로 나설 수 없으리라는 판단 아래 무력 충돌로써 미국의 중동 정책 전환을 촉구, 「아랍」측에 유리한 새로운 해결안을 획득할 수 있다는 계산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평가를 바탕으로 한다면 「아랍」「이스라엘」전은 그리 오래 계속될 것 같지 않다.
「이집트」·「시리아」쪽으로서는 전쟁 자체가 목적이 아니므로 「아랍」 결속·전투 능력의 과시로써 충분할 것이며 「이스라엘」측으로서는 전쟁을 확대하여 여론을 악화시키고 「아랍」의 적개심을 북돋기보다는 현상 고정 상태에서 평화 교섭을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김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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