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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유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요즈음 시장에 다녀오면 기분이 언짢다. 제삼자로서 당하는 것이 이 정도이니 당사자들이야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 정말 먹고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새삼 서글픈 생각이 든다.
『백차다!』외마디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과일을 실은 손수레들이 숨을 곳 찾아 갈팡질팡이다.
거스름돈을 받아야 할 아주머니들도 허둥지둥 쫓아간다 .욕지거리가 터진다. 옹기종기 물러앉아 공기놀이를 즐길 꼬마 손이, 그릇에 담긴 윤기 나는 풋콩이 흩어진다. 무지막지한 구두 발이 생선들을 짓이긴다. 엄마 등에서 깜둥이가 된 그 아가의 까만 눈엔 이러한 광경이 어떻게 보여질까?
흔해 빠진 머리염색도 못한 할머니 머리 위에 우악스런 손에 잡힌 탐스런 과일들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
사냥 나가서 짐승몰이 하던 기분을 내는지「사이드카」에 의젓이 앉아 싱글싱글 거리며 몇 백 원의 이익을 바라는 광주리를 든 아주머니들을 이리 저리 몰아내던 그 순경 아저씨의 모습이 떠오르면 소름이 끼친다. 그들과 가까운 사람들 중에는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이 없을까? 인정사정 없는 표정과 행동이다.
법을 어긴 사람들이긴 하지만 아래 위 구별 없이 아무에게나 듣기 거북한 고함을 친다. 30도가 넘는 더위에 지친 표정으로 애원하는 경찰아저씨도 있다. 거의 매일 치른 일이다. 쫓고, 백차에 싣고, 아우성의 순간이 지나면 또 그만큼의 잡상인이 모인다.
경찰은 법을 다스리기에 지치고 가난을 이런 방법으로 이겨낼 그들은 물건이 나동그라지는 날이면 이익은커녕 자본금 마저 날려보내며, 물건을 사는 사람들도 같이 좇기다 보면 불안과 초조, 인간의 권리를 침해당한 기분이니 이것은 무슨 공해라고 하는 것일까?
으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무감각해지지 않을 수 없는 나의 잘못일까? 이런 식으로는 백년이 가도 해결이 될 것 같지 않다. 어떤 근본적인 해결책이 속히 있어야겠다. 요동하는 인간의 삶이 우울하지 않는 내일이기 바란다.
이청자<전북 전주 노송동 2가 403의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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