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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합천 가야산|조필대<이대교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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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해인사는 팔도강산을 유람하는 사람이 으레 한번은 찾는 곳. 그러나 국립공원은 아니다.
어디보다도 뛰어난 경치를 가졌건만 이곳이 절이란 것 때문에 그 「선」에서 빠지게 되었음은 참으로 유감스런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해인사는 약 1천1백70여 년 전인 802년(신라40대 애장 왕 2년)에 당시의 고승이었던 순응·이정 두 대사에 의해 창건된 이래, 고려 태조 때에 이르러 희랑 대덕이란 스님이 크게 확장, 중수했으나 그후 임진왜란과 일곱 번이나 화재를 만나 당시의 건물은 모조리 불타서 없어지고 남은 것이라곤 현재 절 마당에 보존되어 있는 당간지주와 석탑뿐.
현재의 건물은 모두 이조말엽에 새워진 것이지만 규모가 극히 웅대하다.
절 이야기는 이만하고, 이 절에 보관된 8만1천2백50장의 목각판 대장경은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음으로써 이 절이 명소가 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이곳을 사찰소재지로서 보다는 수려한 자연의 경관을 보여주는 경승지라는 점에 중점을 두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짐은 절 뒤편에 가야산(1430m)이 있기 때문.
해인사는 실로 7백여m의 고소에 위치하고 있다.
절 바로 앞을 깨끗한 계류가 흐르고, 노수 대목이 하늘을 가리고 있어 절을 보러 온 사람도 먼저 이곳의 경치에 마음이 쏠리게 마련이다.
많은 암자가 곳곳에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산길은 사통 오달. 단풍나무도 매우 많은 곳이어서 적기에 이곳을 방문하는 분은 어디에도 못지 않은 가을정서를 흠 뿍 느낄 수가 있다.
특히 여관 촌 아래에 있는 홍류동 계곡은 단풍의 명소로서도 천하 일품. 문자그대로 물에 비친 나뭇잎이 마치 붉은 계류가 이 세상에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이런 곳은 드물다고 하겠다.
가야산은 1천4백m의 높이지만 이미 절 있는 곳이 높아 절 뒤편으로 통한 등산로를 서서히 올라도 2시간이면 정상에 선다.
특보 한가지.
지금까지「입산금지」돼 있던 정상부분의 입산이 해제되어 마음대로 큰 바위 위로 올라가게 되었다.
이곳의 단풍은 땅이 높아 예년 10월초부터 중순 앞까지가 가장 곱다.
현재의 여관 촌인 신 부락에서 왼쪽 넓은 골짜기로 약2km 들어가면 아주 한적한 별유천지가 나타난다. 보통 가는 사람이 없는 것은 이 아름다운 유수경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해인사는 1박2일「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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