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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충남 청양 칠갑산 도립공원|조필대<이대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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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등산도 말하자면 여행이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단체로 가게 마련이고 따라서「스케줄」 이 꽉 짜여져 있어 개인적인 시간여유는 거의 없다. 안전한 왕복을 한다는 특징은 있으나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할 때도 많다.
유명한 산은 거의 모두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다소나마 국비로 시설이 되었으나 그 중에는 아직 이렇다 할 인공적 시설이 없는 곳도 상당수 있다.
실은 칠갑산을 갈 때도 소위 유명무실이란 선입감이 앞서 당국에 대한 기대는 갖고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공주를 떠나 차가 대치(한티, 또는 한치라고도 불린다)고개에 이르렀을 때 뜻밖이라는 느낌을 금치 못했다.
고갯마루 오른쪽 경사면에 대문짝 만하게 「칠갑산」이란 글자가 우선 눈에 띄었다. 잇달아 왼쪽으로 나타난 전망대와 매점과 더불어 아직 공사 중에 있는 기념탑이 나의 선입감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화초를 가꾼 널찍한 잔디밭이 상하 두 곳에 마련되고 주차장도 시설되어 있다. 이 장소는 고갯마루에서 50여m 왼쪽으로 새로 생긴 큰 길이 끝나는 지점인데 일반 통행로인 국도(공주∼청양)보다 위치가 훨씬 높다.
칠갑산이란 글자는 옆으로 쓰여졌는데 잘 보니 돌「모자이크」에 황색「페인트」칠을 한 것이다. 이처럼 산 이름을 직접 산에다 새긴 간판(?)을 본 일이 없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망대는 튼튼한 2층「콘크리트」. 올라서니 지나온 대치고개가 양쪽 굴곡을 이루고 이 칠갑산 도립공원입구 상-하 쪽으로 향해 꼬불꼬불 어디까지나 계속하고 있다.
고갯마루는 해발 약3백m지점이므로 고개까지 차를 타고 온 사람은 불과 2백60m만 오르면 정상에 선다.
정상(500m)까지는 하차지점에서 4㎞, 가는 도중 도처에 표지가 나붙어있어 초행자도 안심하고 갈 수 있다.
비록 낮은 산이지만 예상외로 골짜기도 깊고 산모가 웅대하다. 부근에 높은 산이 없어 광장을 이룬 정상에 서면 그야말로 사방 1백 리가 모조리 전망되어 상쾌하기 짝이 없다.
마을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오직 산만 원을 그리고 쭉 둘러 서있어 대자연 속에 왔다는 느낌을 한층 더 해준다.
충남의 삼림은 볼만한 것이 있어 이곳 산길도 수목에 몹시 정서적이다. 길도 잘 닦아져 있으며, 입구에서 5백m쯤 간 곳에 약수가 길 녘 오른쪽 아래에 있으므로 점심을 지을 수도 있으나, 정상에서 다시 4㎞ 내려가면 유명한 고려고찰 장곡사가 있다.
힘들지 않는 명상적 내지는 사색적인 「하이킹·코스」가 바로 이곳. 절 아래 장곡산장이라는 아주 조용한 여관이 한 집 있다. 이곳의 명물은 싸리버섯.
일행 중에는 한 보따리 따간 사람도 있었다.

<교통과 숙식>
▲서울∼공주 직행「버스」5백원. 서울역전 퇴계로 입구 좌측주차장 출발, 30분 간격 운행.
▲공주∼칠갑산 입구 공주에서 매시간 1회 출발, 70리에 1백40원. 대산사 고갯마루 칠갑산 입구에서 하차하면 정상까지 4㎞, 하산은 4㎞지점인 장곡사쪽. 절 아래까지 들어오는 버스는 1회이고, 기타 4회는 절에서 5리 지점인 장곡리 마을까지만 오므로 이 구간은 보통 도보.
장곡리∼청양읍은 40리, 60원. 입구∼청양읍 30리, 40원.
청양서「택시」타면 1천 원, 반대「코스」도 물론 가능.
▲절 아래 장곡산장이라는 깨끗한 여관이 한 집 있다. 숙5백원, 식2백원, 단 1박2식은 8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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