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 우크렐레 가수 박인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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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렐레 가수 박인규씨가 몽땅베이비프리마켓 행사장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된장찌개 냄새가 좋아. 아침 준비하는 그대의 모습까지 좋아. 아무리 일어나기 힘든 아침에도 그댈 보면 다시 살아갈 힘이 생겨. 언제라도 내 곁에만 있어줘. 둘이 하나가 되어서 뿌리를 내린 곳, 이젠 꽃이 되고 열매가 달려 네 명이 함께 꿈꾸는 곳, 여기는 봉명동 6-32번지.”

지난해 12월 21일 토요일. 원도심 활성화의 취지 아래 열리는 천안역 지하상가의 몽땅베이비프리마켓 행사장에 우크렐레를 들고 작은 무대에 오른 사람이 있었다. ‘아침이 아빠’라는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박인규(38)씨는 작지만 맑은 음색의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박씨는 자신이 부른 노래 제목 ‘봉명동 6-32번지’가 자신의 집 주소이며 아침을 준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만든 노래라고 소개했다. 익숙하면서 친근한 이웃의 이야기로 동감을 이끌어낸 노래 가사는 경쾌한 우크렐레의 선율과 어우러지며 행사장에 모인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만들었다.

 대학시절부터 밴드 동아리를 결성해 무대에 서고 각종 대회에 출전하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던 박씨는 “우크렐레 연주를 처음 듣게 된 순간부터 기타와는 전혀 다른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7년 전 처음으로 TV 프로그램을 통해 이스라엘 출신의 우크렐레 가수 카마카뷔올레의 ‘Someway over the rainbow’를 듣고 난 후 우크렐레를 배우려고 인터넷 검색과 교습소를 물색했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선 구하기 힘든 악기라 해외구매를 통해 간신히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한다.

 하와이 민속악기인 우크렐레는 일반적으로 기타를 배우려다가 실패해서 찾는 악기로 많이 알려져 있다. 기타보다 칸이 작고 줄이 부드러워 손이 작아도 코드를 짚기가 쉽다. 가격이 저렴하고 크기가 작아 휴대하기 좋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박씨는 우크렐레를 "누구나 공평하고 평등하게 자기 소리를 낼 수 있게 하는 민주주의 악기”라고 소개했다.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전문적인 기술이 따르지 않아도 비교적 배우기 쉬워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양한 소리로 표현할 수 있다고 박씨는 자랑했다.

 “가수는 제 길이 아닌 듯싶어 3~4년 동안 노래를 전혀 부르지 않았죠. 우크렐레를 알고 나서는 다시 노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어요. 우크렐레를 연주하다 보면 유치한 가사라도 노래를 만드는 일에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그렇게 박씨가 만들어낸 자작곡은 100여 곡이 넘는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30~40대 가장들의 솔직한 심정을 담은 이야기와 가족들을 향한 사랑 이야기가 가사의 주된 내용이다. 자신만의 노래를 다른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마음에 길거리 가수를 자처하며 몽땅베이비프리마켓의 무대에 서면서 박씨에겐 또 다른 포부가 생겼다. 지금은 비록 쇠퇴했지만 청소년부터 대학시절까지 추억이 가득한 천안 명동거리의 분위기를 되살리고 싶다는 꿈이다. 자신과 같이 음악과 춤을 즐기는 여러 젊은이들과 함께 모여 ‘버스킹 데이(busking day)’를 열고 그들의 친구들까지 함께 데려와 즐기고 놀 수 있는 거리 문화를 만든다면 보다 젊어지는 원도심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한 달에 두 번 대형 마트가 쉬는 날에 어딜 가야 할지 몰라 망설이는 시민들이 명동거리로 나오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봤어요. 천안역 지하상가에서 쇼핑과 거리공연을 즐기고 중앙시장에서 장을 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 되면 참 좋겠죠. 어서 빨리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현재 수학학원의 강사로 일하고 있는 박씨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의 ‘청년CEO프로젝트’에 지원해 천안역 지하상가에 강습을 겸한 우크렐레 테마카페를 준비하고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크렐레의 매력을 알리고 싶은 박씨는 자신에게 영감을 주며 응원을 아끼지 않는 아내를 위해 오늘도 천안역 광장에서 우크렐레를 연주하며 노래를 부른다.

 “나와 결혼해줘서 고마워요. 그대가 없었다면 오늘 같은 저녁에도 우후후~ 라면이나 끓여먹고 있었을 거예요. 아들 딸 합쳐서 셋은 낳아요. 가족 밴드도 만들어요. 영어, 수학학원 조기유학 특목고 보내지 마요. 항상 그대와 함께여서 좋아요. 그대 손잡고 갈래요. 할머니 할아버지가 돼도 영원히 그대만 사랑할래요. 십 년 이십 년이 지나도 이런 맘 변치말기를.”

글·사진=홍정선 객원기자 to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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