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 보안등…백열전구 저질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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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뒷골목을 어둡게 하는 까막 보안등은 백열등의 저질 때문에 많이 생겨난다. 일반조명등 백열전구의 필라먼트가 쉽게 끊어져 기껏 달아 놓은 보안등을 어둡게 만든다.
한국공업규격에 따른 일반조명용 백열전구의 수명은 1천시간(정격전압 1백V∼2백20V·소비전력 30W∼1천W)이나 불량전구는 사흘이 멀다 하고 끊어져 수명을 유지하지 못한다.
서울 뒷골목의 백열전구를 단 보안등은 모두 1만7천4백3개. 연간 유지수리비만도 1천4백여 만원으로 전구 1개를 개당 40원으로 쳐도 평균 3일에 한 번씩 갈아 끼우는 꼴.
한국전력에 따르면 보안등이 자주 끊어지는 것은 비바람·찬 날씨·진동 등 사용환경에도 원인이 있으나 제초규격에 어긋난「필라멘트」를 쓴 불량전구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것.
상공부로부터 전기용품 제조면허를 얻어 백열전구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국에 20개소. 이중 5개 업체가 KS표시 허가를 얻었고 나머지 업체는 한국전기용품 제조협회의 형식승인 (「전」자 표시)이나 한국정밀 기기「센터」의 공인(「검」자 표시)을 받고 있다. 이밖에 형식승인이나 공인을 받지 않고 불량전구를 생산하는 무허가공장도 서울에만 10여 개소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열전구의 생명인「필라멘트」는「텅스텐」과「알마멘트」합금으로 만들어진「코일」.한국공업규격에 따르면 필라멘트의 품질이 균등해야 하며 결함이 없어야 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을 뿐「필라멘트」의 길이·직경·강도·내성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규격규정이 없다.
이 맹점을 악용,「메이커」마다「필라멘트」의 설계를 비밀에 붙이고 있으며「텅스텐」 순도와 함량이 낮은 저질「필라멘트」를 쓰고 있다는 것.
또「소켓」에 닿는 금속「베이스」는 황 동만으로 만들어 유리부분과 완전히 밀착시켜야 하나 불량품은 철판으로 만들기 때문에 녹이 슬어「소켓」에서 빠지지 않고 조금만 힘주어 돌려 빼도 유리부분만 떨어져 못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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