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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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11일은 한가위. 햅쌀로 송편을 빚어 조상께 차례를 올리고 산소를 찾아 감사를 드리는 날. 구름이 약간 끼고 서늘하여 성묘에 알맞은 날씨를 이룬 이날 서울을 비롯해, 전국곳곳에서는 성묘 객들이 공동묘지와 산소를 찾았다. 서울시내 망우리·용미리·벽 제 등 공동묘지와 동작 동 국립묘지 등에는 30여만 명의 성묘 객이 몰렸다. 새 가정의례준칙이 시행된 뒤 첫 번째 추석이라 제수는 송편·제주 등 조촐한 상이 많았다. 특히 올해에는 5백만 월남실향민을 위한 망향추석제사가 경기도 파주 군 임진각에서 열려 통일의 염원을 더한층 깊게 했다.

<독축소리 북으로 제상에 각자 이름>
◇망향제=【문산=김재봉 기자】이북5도청 주관으로 올린 이날의 합동추석제사는 5백만 실향민을 대표해서 강칙모 이북5도 위원회위원장 겸 함북지사와 박재창 평남지사가 제주가 되고 많은 실향후손들이 모인 가운데 세로 2m, 가로 7m의 대형 제상에 오곡백과와 햅쌀로 빚은 메를 올리고 거행됐다.
실향민들은 가정의례준칙대로『선조 여러 어른 신위』라고 쓴 한 지방으로 모든 선조를 모신 다음 잔(포도주)을 올리고 흠 향을 비는 독경소리가「마이크」를 타고 임진강을 넘어 배의 산하로 울려 퍼지는 가운데 허리 굽혀 재배했다.
이날 추석제사는 안타깝게도 남북적십자회담에서「추석성묘 단 교환제의」가 거부된 뒤여서 망향의 정을 더욱 끓어오르게 했다.
합동추석제사가 끝난 다음이날「자유의 다리」를 찾은 실향민들은 제상에 각자의 본적·현주소·이름을 적어 올려 조상들에게『당신의 아들과 딸이 왔음』을 알리고 개별적으로 분향재배 했다.

<이 박사 묘소에 프여사 다녀가>
◇국립묘지=동작동 국립묘지에는 상오7시부터 꽃다발을 든 성묘 객들이 줄지어 몰려들기 시작, 상오10시쯤에는 2만 명을 넘었다.
전대통령 이승만 박사 묘소에는 이날 상오8시30분쯤 미망인「프란체스카」여사와 며느리 조혜자씨가 손자 병구 군(5)을 데리고 나와 화환을 놓고 분향했다.
또 이 박사 묘소에는 상오9시20분쯤 김일환 재향군인회 회장이 다녀갔다.

<시장 등 상가 철시>
◇시장·상가=이날 시장과 백화점 등 대부분의 상가는 철시했고 시내중심 가에는 평일에 비해 보행자와 차량통행량이 훨씬 줄어 한산한가운데 친척집을 찾아가는 일부시민들의 모습이 명절을 느끼게 했다.
「택시」와 자가용 등 대부분의 차량은 이날 아침 일찍부터 성묘 객을 실어 나르기 위해 망우동 묘지를 비롯한 교외로 빠져나가 묘지로 향한 변두리 길목에는 교통혼잡을 빚기도 했다.

<아침부터 극장 붐벼>
◇극장=극장 등 시내곳곳의 극장가엔 평일과는 달리 30∼40명씩의 관람객들이 아침 일찍 몰려나와 매표시간을 기다렸다.
이들 중 대부분은 10대 아가씨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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