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플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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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IMF 20개국회의는 9일「오소라」보고서를 토대로 국제통화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하는 한편, 국제통화개혁의 노력이 세계적인 「인플레」때문에 수포화할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주요선진국이 당면간 시급한 과제가 「인플레」의 억제에 있음을 지적하고, 이를 위해 고도성장을 완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 주요선진국들은 고정평가제에서 변동환율제로 이항함에 따라서 국내물가의 안정보다는 실업률의 감축과 성장을 우선시키는 경향이 있었으며, 이것이 변동환율제 고유의 결함과 결합되어 세계「인플레」의 파급효과를 높여 왔던 것이다. 그 위에 농산물부족을 비롯한 주요원자재가격파동이 겹쳐 주요 선진국은 예외 없이 연율 10%이상의 물가상승률을 경험하게 되었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금리인상조치를 거듭하고있는 중이나 아직까지도 그 노력이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국제통화협상의 여건이 성숙될 수 없고, 때문에 통화협상의 성공을 위해 「인플레」배제를 위한 노력이 촉구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오늘날 국제통화질서의 재건에 있어 논의의 초점이 되고 있는 문제점은 국제결제수단은 어떤 것으로 할 것인가, 국제수지 조정기구는 어떻게 형성되어야 하느냐, 그리고 「인플레」를 발생 내지 전파하는 힘이 약하며 동시에 불확실성이 가장 적은 새로운 국제통화체제는 어떤 것이냐 하는 문제라 하겠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안정된 경제를 전제로 하여서만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이다.
오는 9월말에 있을 IMF 「나이로비」총회는 「오소라」보고를 토대로 하여 20개국회의에서 또 다듬음은 IMF 개혁안을 논의하게 될 것이나 세계「인플레」의 격화 때문에 기본원칙 이상의 것에 합의할 전망은 없다. 즉 「나이로비」총회에서는「브레튼우즈」협정을 파국에 몰아넣은 유의 제국간 국제수지 불균형을 예방할 수 있는 순탄하고 규칙적인 환율조정이 필요하다는 일반원칙이상의 것에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이다.
국제통화협상의 전망이 그러하다면 주요선진국의 태도를 앞으로도 주목할 수밖에 없다. 각국이 통화협상의 전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안정화정책에 공동으로 노력한다면 새로운 희망을 찾을 수도 있겠으나 그동안처럼 타국의 희생 위에 자국만의 고율성장과 실업률 감소를 추구하는 경향을 버리지 못한다면 단시일 내에 만족할만한 협상타결은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각국이 성의를 다하여 안정화정책을 추진한다하더라도 그동안 축적되어온 「인플레」압력을 해소시키기에는 적어도 수년간의 시간이 소비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경제가 앞으로 어떤 불측의 돌발사태를 일으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이 점에서 고율수출을 통한 고율성장정책을 추구하는 우리로서는 국제경제동향을 각별히 주시하지 않을 수 없다. 수출입 의존도가 50%선을 넘어서고 있는 우리로서는 국내불균형에서 오는 불안요인 보다는 국제경제동향에서 파급되어 오는 불안요인을 더욱 경계하고 대비해야할 것임을 강조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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