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처 1급 사표 소문은 오해" 정 총리, 인사 태풍설 결자해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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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홍원

정홍원 국무총리가 확산되는 ‘인사태풍설’을 진화하고 나섰다. 정 총리는 지난 4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최근 1급 공직자에 대한 일괄사표설로 일부 공직자의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연말 총리실에서 터져나온 ‘1급 전원 사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인사 태풍설’의 발원지로 지목되자 정 총리가 직접 ‘오해’라고 차단막을 치고 나선 것이다. 정 총리가 토요일에 장관들을 불러 ‘오해’라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정 총리는 철도노조 파업 사태가 정리되고 새해를 맞으며 총리실이 심기일전하는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이는 청와대가 생각하는 방향과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정 총리는 전격적으로 총리실 1급 10명 전원에게 사표를 받는다. 이는 “청와대와 교감 속에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5일 “사표를 낸 1급 중 정 총리는 두세 명 정도만 교체 대상으로 여기고 있었다”며 “하지만 총리실이 솔선수범해서 새 바람을 넣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재신임 절차를 밟기 위해 1급 전원에게 사표를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총리실이 1급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은 전례도 있고 철도파업 사태의 갈등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1급 공직자에 대한 정 총리의 불만이 있어 총리실 내 기강을 바로잡으려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1급 전원 사표’가 불러올 파장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몇몇 장관에 대한 불만이 높은 데다 집권 2년차를 맞으며 개각설과 고위 공직자 교체에 대한 요구가 물리는 민감한 시점이었는데 이를 간과했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여기에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정 총리의 조치에 기름을 부었다. 유 장관은 ‘총리실 1급 전원 사표’ 사실이 알려진 다음 날인 2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부처별로 1급 공무원에 대해 일괄사표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거들었다. 총리에 이어 친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유 장관까지 나서 사표설을 언급하자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전 부처의 1급 개편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면서 일부 장·차관에 대한 개각설로 확대됐다. 급기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2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개각은 없다”며 진화에 나서야 했다.

 김 실장에 이어 정 총리까지 ‘인사 태풍설’을 공개 부인하고 나서자 사태는 당분간 진정될 전망이다. 하지만 새해를 맞아 국정 구상과 설계에 몰두해야 할 시점에 공직사회가 술렁대게 하는 결과를 빚은 데 대해 총리실의 미숙한 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정 총리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박 대통령은 분위기 쇄신이나 국면 전환용 인사에 부정적이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청와대 내부에선 비서관 경질이나 교체도 발표 없이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인사를 놓고 시끄럽게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정 총리의 인사 스타일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렇다고 인사 개편설이 완전히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건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정 총리의 ‘1급 일괄 사표’ 파장이 엉뚱한 곳으로 튄 면이 없지 않지만 대통령이 필요한 대목에선 인사를 차근차근 해나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공직 이기주의를 버리고 철밥통을 깨야 한다”(유 장관)는 발언에 무게가 실렸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앞으로 공기업 개혁 작업과 맞물려 각 부처 차관이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요인은 여전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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