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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옴부즈맨 코너] 한국의 정치현실 상징한 ‘통치불능’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56호 30면

고깃배 한 척이 붉은 낙조를 배경으로 외롭게 떠 있는 사진으로 한 해를 조용히 전송하는 1면이겠지 했다. 그러나 2013년 마지막으로 받아본 12월 29일자 중앙SUNDAY는 이처럼 기대했던 훈훈한 얼굴은 아니었다. 광화문 한복판 뒤엉켜 있는 버스들 사이로 경찰들과 대치하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풍경이었다. 지난 한 해 내내 봐 왔던 ‘반목과 불복의 악순환’을 상징적으로 정리한 사진이었다.

그런 가운데 시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던 철도노조 파업 관련 기사로는 대체 투입된 한 기관사의 고된 하루를 르포 형식으로 다뤘는데, 일본이나 독일·미국 등 선진국들의 철도회사 운영 형태나 노사문제, 파업 사례 등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1면 헤드라인의 ‘통치불능’이란 낯선 단어도 눈에 띄었다. ‘대한민국 발목 잡는 통치불능의 덫, 분권형 리더십 개헌으로 돌파구 찾자’라는 제목의 기사로 4~5면으로 이어지면서 지금 우리의 혼란스러운 정치상황을 심층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해줬다. 독일식 다당제로의 개헌 필요성과 정당성을 피력한 이국영 성균관대 교수 인터뷰도 참신했고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는 의원들의 개헌안 발의 진행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 것도 유익했다.

이번 주 중앙SUNDAY는 유독 인터뷰 기사가 많았다. 갑오년을 맞는 20여 명 말띠들의 소망을 담은 인터뷰부터 『불편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다』를 펴낸 이지영씨 스토리에 원로 인터뷰 연재를 마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까지. 특히 ‘정치 가까이 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란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는 중앙SUNDAY의 격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올해 김 교수의 칼럼을 격주로 만날 수 있다니 기대가 된다. 반면 비록 경제면의 짤막한 박스기사지만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인물평은 찬사일색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두 면 가득 와이드샷에 실린 청마의 그림도 시원하게 다가왔다. ‘갑오년 청마의 푸른 꿈’이라는 제목의 허진 화백 작품이었다. 재미있고 예뻐서 연구실 벽면에 걸어놓았다. 함께 부록으로 딸려온 A4 사이즈의 같은 그림도 책상 위에 세워놓으니 보기 좋았다. 연구실에 놀러온 미국인 사진작가는 책상에 놓여있던 S매거진을 펼쳐보고는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사진들이 너무 좋다며 자기를 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말을 들으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늘 참신하고도 읽을 거리 풍부한 지면이 인상적이었는데 앞으로 보다 널리 알려졌으면 싶다.

이번 주 ‘漢字, 세상을 말하다’ 칼럼에서 ‘성공이 말 달리듯 오다’라는 뜻의 ‘馬到成功’이란 성어를 예리하게 찾아내 풀이해준 것도 좋았다. 하지만 ‘김대수의 수학 어드벤처’에 실린 ‘하노이탑 문제’는 너무 어려웠다. 좀 쉽게 내줬으면 싶다.



조유현 서울대 신문학과를 나와 성균관대에서 공연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광고대행사와 출판사·잡지사 편집자를 거쳐 현재 세명대 미디어창작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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