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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발전상 자랑스러워|「여름학교」수료 재미교포 학생들이 본 모국의 이모저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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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여름방학을 이용, 모국의 얼을 되새겼던 재일 한국학생과 재미교포 자녀들이 2∼3주간의「여름학교」를 끝내고 19일 수료장을 받았다. 재일 한국학생은 이번 모국방문이 8번째가 되나 재미교포자녀들은 첫 모국방문으로「여름학교」의 운영결과가 주목됐다. 재미교포 자녀들은 첫 모국 방문인데다가 41명의 학생(남 16명·여 25명)들이 국민학교6년∼고교1년까지의 어린 나이 때문에 인솔자와 문교당국의 고층이 컸다. 이들은 중앙교육행정연수원에서 지난 5일부터 19일까지 숙식을 함께 하고 상오에는 국어·국사·반공교육 등 학과공부를 끝낸 다음하오에는 고궁·시내견학·전방부대·공업단지 방문 등 바쁜 일정을 보내면서 조국의 얼을 되새기기에 열중했다. 수료식을 하루 앞둔 18일에는 울산공업단지를 견학, 고속「버스」편으로 상경하자마자 피로를 풀 사이도 없이 모국 방문의 소감을 발표하는 좌담회를 가졌다.
여름학교 선생님들과 국민들이 친절히 대해주어 모국의 동포애를 실감했으며 말로만 듣던 조국의 발전하는 참모습을 보게된 것이 잊을 수 없는 자랑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5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갔다는 권임정양(16·「할리우드」중3년)은『2주간의 여름학교와 1일의 민박기간이 너무 짧으며 특히 민박의 대상을 상류층 가정에만 국한하는 것은 전체적인 사회에서 격리되어 미국에 있는 느낌이었다』고 지적했다.
지양은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 시골에 갔었다면서 농촌의 재래식 화장실을 보고 비위생적이라고 생각했으나 시간이 흐르고 농촌어린이들과 친숙해지자 친밀감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캘리포니아」주「킹」중학 1년생인 이혁규군(14)은 여름학교의 수업 중 국사강의가 재미있었으며 특히 남북한이 어떻게 갈라졌는가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고 말하고 양식보다 한식이 맛있었다면서 크게 웃었다.
이명희양(16·「페어팩스」고교1년)은『고궁과 박물관 등지의 견학을 통해 이조, 삼국시대의 신라의 유물을 직접보고 배우게된 것이 큰 효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모국의 모든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어 자신이 갑자기 높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고 기뻐했다.
학생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양은 국립묘지를 참배했을 때 초등학교 학생들은『사람이 많이 죽어 슬프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었으나 안내자의 설명을 듣고는 잠시동안 숙연해지더라고 전했다.
최헤경양(16·「그로브튼」고교1년) 은『한국말을 배울 기회가 적은 것과 모국의 같은 나이 또래의 학생들과 사귈 기회가 적은 것이 아쉬웠다』고 지적하고 모국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민박의 기간이 길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인솔자와 학부형들도 학생들과 같은 의견이었다. 인솔자인 원덕중씨(40)는「워싱턴」한국인 학교 교사는『재미교포 자녀들은 어른과 어린이사이에 차이를 두지 않는 사회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여름학교의 모든「프로그램」은 어린이 중심으로 짜여져야 한다』고 말했다.
원 교사는 또 재미교포 자녀들은 한국을 배우러 온 것이지 한국 국민이 되러 온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같은 나이또래의 모국어린이들과 접촉할 기회를 많이 주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학부형인 김병삼씨(44·「캘리포니아」주·상업)는『여름학교 대상 어린이들의 나이가 너무 어린 것 같다』고 지적하고 다음부터는 고교생 이상 등으로 연령을 높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일선부대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어째서 철망을 쳐 놓았느냐』는 질문을 해와, 38선이 생기게된 경위를 설명해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고 예를 들었다.
김옥자씨(36·학부형·「캘리포니아」주)도 모국 방문 학생들의 연령을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하고 국민학교 이하의 어린이들은 미국서 같이 온 친구끼리 노는데 더 열중하는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무궁화학원미술교사인 김봉태씨(35)는『이번에 모국을 방문한 학생들의 부모가 모두 한국인이지만 앞으로는 부모중의 한 사람이 미국인인 경우까지 모국방문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많은 학부형들과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모국의 좋고 나쁜 것을 가식 없이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으나 이순옥씨(41·학부형·「캘리포니아」주)는『분별없이 받아들이는 예민한 나이에 너무 가난한 것을 보여 주면 나쁜 인상을 갖게 되므로 연령을 고려해야한다』고 신중론을 펴 주목을 끌었다.
동요작곡가로 10년만에 귀국한 권길상씨(45·무궁화학원장)는『미국에서 새마을운동을 듣고 소문 듣던 대로 같은지 반신반의했었으나 조국의 눈부신 발전에 놀랐다』고 했다.
재미교포자녀 여름학교장인 이상권 중앙교육행정연수원장은『학생들과 학부형·인솔교사들의 솔직한 비판·건의를 앞으로의 재미교포자녀교육지침에 참고하겠다』고 다짐했다. <심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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