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중 17%가 연 소득 2400만원 이하 … 대형 로펌도 연봉 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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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변호사 경력 20년이 넘은 김모(53) 변호사는 2012년 7월 지인에게서 500만원을 빌린 뒤 1년6개월째 갚지 못하고 있다.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 바로 앞 정곡빌딩에 사무실을 두고 활동했지만 몇 년 전부터 수임사건이 줄면서 사무실 유지마저 어려워졌다. 여직원을 내보내고 사무실도 임대료가 싼 곳으로 옮겼지만 여건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김 변호사는 지인들로부터 빌린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기 시작했다. 피해자가 돈을 갚으라며 재판을 신청해 조정결정까지 받았지만 이의신청서를 내고 시간만 끌고 있는 상태다.

 고소득 전문직의 상징이던 변호사 업계가 “예전만 못하다”는 소식은 이미 옛말이 됐다. 법망을 넘나들며 돈벌이에 매달리는 일부 변호사의 모습에는 생존경쟁에서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투영돼 있다. 국세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변호사 3725명 중 연간 수입 2400만원 이하인 변호사는 640명으로 17.2%에 달했다. 월평균 2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 비율은 2009년 14.4%, 2010년 15.5%, 2011년 16.1%에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대형 로펌들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일정 기간 근무하면 모두 보내주던 해외 로스쿨 연수를 중단했다. “대부분 법학석사과정(LLM)에 몰려 중복이라고 판단해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중”이라고 밝혔지만 그만큼 사정이 좋지 않다는 신호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은 최근 파트너급 변호사들의 연봉을 10% 줄였다. 또 판·검사 출신 전관을 영입할 때 차량과 법인카드를 제공하는 대상을 확 줄였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기업들이 어려워지자 성공한 사건의 수임료나 자문료까지 깎자고 나온다”며 “계속 영업을 해야 하기 때문에 계약된 금액을 모두 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

심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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