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캠핑」과 「바이러스」성 간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높은 산과 시원한 물가가 그리운 계절이다. 본격적인 「캠핑」철을 맞아 친구끼리 가족끼리 산과 물을 찾는 「캠핑」인구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즐겁고 건강에 도움을 주어야할 「캠핑」이 자칫 무서운 「바이러스」성 간염을 옮아 줄 우려가 있다. 「캠핑」을 떠나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예비 지식에 대해 알아본다.
S대학 이군(20)은 지난 학기말 시험을 보는 도중 갑자기 으슬으슬 춥고 머리가 몹시 아파서 시험 공부하느라고 과로했는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된다. 그러나 잠시 후에 메스껍기 시작하더니 구역질이 나고 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심한 허탈감이 덮쳐오자 그는 단순한 과로가 아님을 깨달았다.
부모와 함께 곧 김정룡 박사(서울대 의대 내과교수)를 찾았다. 벌써 이군의 눈은 황달기로 물들고 있었다. 이군의 병은 놀랍게도 「바이러스」성 간염(황저)임이 김 박사의 진찰에 의해 이내 밝혀졌다.
그러나 이군이 어떻게 해서 무서운 「바이러스」성 간염에 걸리게 되었는지를 구명하는 문제가 남았다. 김 박사는 전염 원을 찾기 위해 이군에게 여러 가지로 물어보았다.
결국 이군의 「바이러스」성 간염은 3주전 친구들과 어울려서 간 「캠핑」때 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군이 발병한지 이틀 후, 그리고 사흘 후에 이군과 함께「캠핑」을 갔던 강군과 오군도 같은 증세로 김 박사를 찾은 것이다.
「캠핑」을 가서 개울물을 끓이지 않고 먹은 것이 탈이 되어 5명 중 이군, 강군, 오군, 이렇게 3명이 똑같이 「바이러스」성 간염을 앓게 된 것이다. 「캠핑」때 자칫 잘못해서 이처럼 「바이러스」성 간염을 앓는 예는 드물지 않다.
몇 년 전 미국의 어떤 미식축구「팀」25명이 「캠핑」을 하면서 합숙훈련을 받고 난 후 무려 18명이 집단적으로 「바이러스」성 간염을 앓았는데 그 원인이 「캠핑」을 한 골짜기의 개울물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미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일이 있다. 당시 그 원인을 구명하기 위해 파견된 의료진들은 개울물에서 간염을 앓게 하는 「바이러스」를 감출, 그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가를 찾으려고 개울물을 거슬러 올라가 산등성이의 오두막집에서 사는 18세 소년이 간염 「바이러스」퍼뜨리는 환자임을 알아냈다.
오두막 곁에 지어진 변소에 청색염료를 풀어 보았더니 놀랍게도 개울물에 청색염료가 나타나는 사실을 의료진들은 관찰, 선수들의 간염 원인이 바로 개울물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라고 해서 맑고 깨끗하려니 하다간 이처럼 무서운 전염병에 걸리기 십상』이라고 김정룡 박사는 경고한다. 요즈음 산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나 간염「바이러스」를 지닌 「캐리어」(보균자)가 깨끗하게 보이는 개울물을 오염시킬 염려가 그만큼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간염환자 가운데 병력을 자세히 물어보면 「캠핑」이 원인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고 김 박사는 말한다.
그렇다고 「캠핑」을 삼가라는 것은 아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인다면 얼마든지 「캠핑」은 권장된다. 자그마한 주의라는 것은 다른 것이 아니다. 아무리 깨끗하게 보이는 물이라도 간염「바이러스」에 의해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물은 꼭 끓여 먹도록』김 박사는 충고한다. 간염 「바이러스」는 열에 약하기 때문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