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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파업, 국민을 이기지 못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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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2일을 끌어오던 철도노조의 파업이 2013년을 하루 앞둔 30일 극적으로 중단됐다. 철도노조는 국회에 철도산업발전소위원회라는 한시적 논의 기구를 만들어 철도 파업의 후유증과 향후 철도산업 발전 전략을 논의하는 조건으로 파업을 푸는 데 합의했다.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총파업을 현장 투쟁으로 전환한다”며 “31일 오전 11시까지 현장으로 복귀하라”고 조합원들에게 지침을 내렸다. 김 위원장은 업무 복귀를 지시하며 “이번 투쟁의 성과는 철도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공공재를 민영화해선 안 된다는 국민적 합의를 이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레일은 파업 후 복귀한 직원들에 대해선 2~3일간 재교육을 실시한 뒤 현장에 배치해 온 만큼 이르면 주말께 철도 운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 결정은 ▶정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면허 발급을 강행하면서 당초 노조가 목표로 삼았던 ‘민영화 반대’를 관철할 계기를 놓친 데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국민 여론의 악화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또 파업 노조원들의 복귀율이 30%에 육박하는 등 내부에서도 피로감이 확산돼 노조 지도부가 장기전에서 방향을 선회,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 결정을 이끌어내는 데는 정치권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인 새누리당 김무성(5선)·민주당 박기춘(3선) 의원은 29일 자정쯤 서울 정동 민주노총 본부에 은신 중이던 김 위원장을 만나 국회에 논의기구 설치를 약속하는 대신 파업을 중단하도록 설득했다. 이를 통해 김·박 의원과 김 위원장은 “국회에서 소위를 구성하는 즉시 파업을 철회하고 현업에 복귀한다”는 합의문에 서명했고, 30일 오전 양당 지도부는 이를 추인했다. 이로써 지난 9일 시작된 후 역대 최장기간 파업이라는 기록을 남긴 철도 파업이 종료됐다.

 3자 담판에 따라 여야 의원 4명씩으로 구성된 철도산업발전소위(위원장 강석호 새누리당 의원)는 31일 오전 첫 회의를 열어 국토교통부로부터 철도산업 발전 방안을 보고받는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라는) 이미 진행된 사안은 일절 거론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은 민영화 금지를 법 조항에 담자고 요구하고 있고 철도노조도 “파업은 중단됐지만 민영화 반대 투쟁은 계속된다”고 주장해 민영화 공방이 소위에서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민주노총은 예정됐던 다음 달 9일과 16일 총파업 일정은 계획대로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올해 마지막으로 주재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철도 파업과 관련해 “변화를 가져오는 데는 그만큼 고뇌와 아픔이 있다”며 “그러나 그것에 굴복하거나 적당히 넘어가게 되면 결국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것을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병건·최선욱·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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