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여권신장과 가족관계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여성의 지위향상과 남녀평등의 헌법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법개정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여성단체들은 신민법제정 당시부터 민법의 친족상속법조항이 헌법의 양성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여 개정법안을 제출했었다. 그러나 신민법이 제정된지 20년이 가까운 현재까지 이 불평등조항들은 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공화당은 「여권신장연구위」를 만들어 가족관계법상의 남자우선조항을 개정하기로 하는 한편 여성단체간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여 이들의 의견을 반영토록 할 것이라 한다. 가정법률상담소를 비롯하여 YWCA며 여성유권자연맹·전문직업여성연맹 등에서 여권신장을 위한 법개정으로서 주장하는 불평등조항은 ①법정상속에 관한 민법1천9조 ②부부재산제를 규정하고도 귀속이 불분명한 재산의 남편소유를 추정하는 민법8백30조 ③친족의 범위를 규정한 민법 7백77조 ④호주상속제도를 규정한 민법 9백84조 ⑤처의 친자입적시의 호주와 부의 동의권을 규정한 민법7백84조와 ⑥친권행사시의 부우선을 규정한 민법9백9조 등이다. 이러한 규정들은 다분히 남자우선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와 함께 ⓛ호주의 부양의무를 규정한 7백97조와 ②부의 생활비용부담을 규정한 8백33조 등도 문제이다. 여성의 권리를 남성과 같이 신장하면 여성의 의무도 늘어나야 한다함은 당연하다. 사실이지 호주제도가 있기 때문에 호주의 거소지정권이라든가 부양의무라든가 상속문제들이 불평등하게 규정되어있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실태는 남편들이 월급을 받으면 봉투째로 주부에게 주고 남편은 차비를 받아 출근하는 이른바 여생우위가정도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문제는 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운용에 있다고 하겠다. 때는 바야흐로 여성상위시대이다. 이른바 치맛바람·곗바람에 상징되듯이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있고 여성의 지위도 향상되고 있다.
20년 전에 만들어진 가족법의 규정은 현실에 맞지 않는 조항도 많을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무용지물인 호주제도도 없애고, 여자의 상속분도 남자와 같게 하고, 친권행사도 남녀평등하게 하는 것이 시대의 추이일지 모른다.
그러나 친족·상속법처럼 윤리와 습속에 얽매여 있는 법역도 드물다. 법을 아무리 고치더라도 국민의 사회의식 속에 남녀평등사상이 뿌리박지 않으면 실효를 거둘 수는 없는 것이다.
현행법으로서도 유언상속으로는 제자 평등하게 상속케 할 수 있으며 부부재산제도 약혼시에 공유제로 계약할 수 있는 것이나 관례상 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성단체들은 입법에 앞서 여성들을 계몽하여 그들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도를 하여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