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사회의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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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교수와 학생, 그것은 대학사회를 이끌어 가는 두개의 바퀴다. 두 바퀴가 궤도를 달리할 때 한치의 진전은커녕, 파멸이 온다. 오늘의 한국대학사회에서 이 두 가지 바퀴, 즉 교수와 학생은 서로 어떻게 상대방을 인식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의 대학세계관은 어떤지를 알 때만이 대학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영남대학신문은 대구지방의 5개대학 교수 2백명과 학생 5백명을 대상으로 「교수가 보는 학생」, 「학생이 보는 교수」 그리고 「대학이란 무엇인가」를 물었다.
교수들은 대체로(48%) 「요즘 학생들이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학생들은 또 교수의 수업태도에 12%만이 만족하는데, 만족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불성실」(58%)에 있다.
평행선을 달린다. 학생들은 교수가 갖추어야할 첫째 자격으로 「인격」(57%), 「성실한 강의태도」(20%), 「학문적 실력」(18%) 등으로 들면서 「대학생으로서 해야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39%에 달하는 숫자가 교수를 존경하기를 망설인다. 그런데 교수들은 또 그들대로 학생들이 「문제의식이 없다」(41%)면서 「문제의식은 지식인의 지상명제이며, 그것이 없을 때 녹음기나 지식기계로 전락한다」고 말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 교수는 「학생이 자기를 존경한다」(58%)고 대체로 생각하고 있으며, 학생들도 61%가 교수를 존경하고 있다. 다만 교수들이 스스로 학생들로부터 존경받는다는 대답을 선뜻하지 못하는 숫자가 42%에 이른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교수들은 또 학생들과의 대화가 「불충분하다」(81%)면서 그 이유를 시간과 장소가 없어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98%가 학생과의 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학생측에서는 교수와의 대학에 23%가 부정적 반응을 보이면서 그 이유를 「시간이 없다」(31%), 「존경하지 않아서」(38%) 등으로 들고있다.
한편 교수들은 교수직을 「성직이다」(61%)라고 생각하는데, 학생은 27%만이 동의하고 있어 민망하다. 어쨌든 교수의 37%가 역시 교수직이 성직이라는 생각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을 보면 교수직을 보는 관념이 변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밖에 교수는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무목적적이다」(34%), 「나태하다」(30%)고, 그리고 교외생활에서 「지나친 유흥장 출입」(46%)을 삼가기를 바라고 있으며, 학생은 교수와는 동류의식을 갖지 못한 경우가 53%에 이르고, 또 교수에게 「학문의 자유가 미흡하다」(58%)고 생각하면서 걱정이다.
그러면서도 그들 교수와 학생은 대학의 존재목적에 대해 대체로 일치된 반응을 보였는데, 「사회지도층, 지식인의 양성」(교수 37%·학생 32%), 「진리탐구」(교수 31%·학생 19%), 「인격도야」(교수 22%·23%)등을 크게 들었다.
여기서 특기할 것은 대학의 존재목적 중 진리탐구가 사회지도층의 양성에 밀려나고 있는데서 대학의 변모를 보아야한다는 것이다. 조금씩 변해 가는 대학사회의 내면적 전환과정에서 그 근본주체인 교수와 학생이 같은 목적의식을 갖는다는 것은 다른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내일의 대학사회를 밝게 볼 수 있는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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