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러운 사람은 승객과 교통순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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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버스 여차장은 근로조건에 못지않게 손님들로부터 천대를 받는다.「차장」이란 낮춤말대신「안내원」이란 직업인으로 근무하고 싶어 한다.전국 자동차 노조 서울버스지부(지부장 김연석·서울중구동자동14의24)가 24일 발표한 『근무중 발생하는 버스 안내원의 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버스 여차장들은 한결같이『승객의 천대, 회사내 직원들의 불신감등이 오히려 근로조건에 못지 않게 참을 수 없이 가슴 아프게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자기직업을 스스로 천시하고 비관함으로써 일에 충실할 수 없다는 것.
서울 버스 지부가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동안 조사한 설문에 응답한 여차장은 11개 버스 노선의 7백58명.
『근무중 가장 대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 여차장들은 승,하차 때의 손님 (3백25명)과교통순경 (66명)을 지적,51.5%를 가리켰고 회사 내부의 운전사 (1백65명),회사 직원과 감독 (1백25명), 차주(50명),감시계수원(37명)등 순으로 거의 반반씩 들고 있다.
특히 차장이 운전사를 두려워 하는것은 운전사의 지시에 고분고분하지 않으면 욕을하고 탑승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으며,일부 운전사는 여차장에게 담배,장갑 등까지 사줄 것을 요구하거나 혹은 손님이 미처 타기전에 발차하여 골탕을 먹이는 일이 잦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여차장들은 설문을 통해 회사 직원이나 감독이 욕설이나 손찌검을 하고「삥땅」을 지나치게 의심, 몸수색을 심하게 하거나 조그마한 잘못에도 사표를 요구하는 것 등도 근절해 줄것을 바라고 있다.
승객가운데는 요금을 내지 않거나(3백명) , 큰돈을 내는 경우(1백21명)가 의외로 많아 여차장들을 골탕 먹인다는 것. 감시 계수원이 무임승객의 숫자를 빼주지 않으면 회사측에서는 여차장이 요금일부를「삥땅」했다고 의심 한다는것.
여차장은 출발하기 전에 보통 2천원정도의 잔돈을 준비하나 승객가운데는 5천원짜리 큰돈이나 1만원짜리 수표를 불쑥 내밀어 시비가 발단,급기야『여기가 은행인줄 아느냐』『돈자랑 하느냐』는 등의 말싸움이 일게 된다고 했다.
손님과 말다툼을 하는 경우는 불쾌함을 가눌수 없어 정류장 정거신호마저 잊어버리고 지나쳤을 때가 많다고 32.9%(2백42명)가 응답했다.여차장들은 운전사들이 촉박한 배차시간,손님 끌기 경쟁으로 정류장을 지나쳐도 차장들이 책임을 뒤집어 써야하는 실점이 많다고 대답했다. 이밖에도 손님의 괜한 욕설이나 거친말 (16.2%),술취한 승객의 주정(97명)등이 다툼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여차장들은 승객들이 인격을 존중해줄때(58%),회사직원,차주,운전사가 인간적인 대우를 해줄때(32%) 더욱 성실하게 근무하며 친절한 서비스를 할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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