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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청사기 조화어문편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앞서 보인 분청사기 상감철채어문호가 보다 청자에 가까운 것임에 비하여 분단장의 은은한 맛과 분방한 야취를 한결 북돋워 보여주는 것은 조화 분청이다. 백토 물을 입힌 뒤 칼끝으로 간결하게 선각한 무늬이다.
그 그림은 물고기·모란·연꽃 등이 있지만 특히 빨병(편병)의 펑퍼진 면에 그린 고기 한 쌍은 매우 인상적이다. 한결같이 입을 떡 벌리고 동선은 꼬리를 치는 듯 날렵하게 쳤다. 지느러미는 고려 어룡의 그것처럼 힘차고 「리얼」해서 눈알이 더욱 또랑또랑해 보인다.
원래 물고기는 다복의 「심벌」. 국운과 더불어 침체했던 도공의 살림에도 새 세상의 소망이 부풀었으리라. 이제는 화합과 번영을 주소서하는 기구와 희열이 거기 배어있다고 생각된다. 문양이 확실히 한 시대의 기호로서 표현된다면 분청사기의 청신하고 분방한 야취를 가장 멋지게 나타낸 것은 역시 그물고기·모란·연당초 등이다.
이런 무늬는 고려청자에도 많이 있는 것이지만 분장에 알맞은 간결한 수법을 쓰고있다.
분청사기의 분장 및 시문 기법은 다른 몇 가지가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덤벙 분청. 그릇을 백토 물에 덤벙 담가내어 그 따스하고 흰 맛을 즐기게 한 것이다. 귀얄 분청은 그릇을 물레로 돌리면서 귀얄(돼지털 솔)에 백토 물을 찍어 자연스럽게 발라 그 자국 자체로 무늬를 이루는 수법이다.
그릇 표면에 무늬도장을 빈틈없이 찍어 그 자국을 백토 물로 메운 것은 인화 분청. 백토 물을 씌운 뒤 날카롭게 선각한 것은 조화 분청이다.
그리고 선각으로 표현한 그림과 그림사이 공간의 백분을 깨끗이 긁어내어 무늬가 두드러지게 한 것은 박지 분청. 반대로 무늬부분의 백분을 긁어내고 상감한 것은 너래상감분청. 분장한 위에 그냥 철사로 그림을 그린 것은 철화분청이다.
여기 분청사기 조화어문편병은 그릇의 형태나 분장의 효과 및 무늬의 선택 등 분청사기 중에서 손꼽히는 일품이다. 된 백토 물을 귀얄로 너무 두껍게 발라 그릇의 어깨부분은 균열이심한 편이고 굽 쪽은 아예 바르다 말았다.
앞뒤로 각각 고기 한 쌍을 새기고 측면에는 박지 수법으로 모란을 놓았다. 병은 아래위가 좀 긴 타원이라서 고기의 시문도 세워 앉혔다.
배가 납죽한 이 빨병은 한국식의 여행용 수통. 거죽에 망을 씌워 말 잔등이나 바랑 뒤에 매달고 다니다가 컬컬할 때 목축이던 술병이기도 하다. 높이 26cm, 몸통너비 18cm. 박준형씨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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