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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석 통째로 빌린 '시진핑 따오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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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008년 10월 중국에서 온 온 따오기 수컷 양저우(洋洲·앞)와 암컷 룽팅(龍亭). [사진 경남도]

중국산 수컷 따오기 2마리가 한국으로 결혼하러 온다. 아시아나 여객기 비즈니스칸을 통째로 세 내는 등 칙사대접을 받고서다.

 19일 경남도와 창녕군에 따르면 2010년산 중국 따오기 수컷인 바이스(白石)·진수이(金水)가 중국 산시(陜西)성 양셴(陽縣)의 시안공항을 출발해 23일 오후 5시쯤 한국 인천공항에 도착한다. 지난 6월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만났을 때 중국 측이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따오기다.

 한국으로 오는 과정은 거의 특급작전이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소음을 막는 특수 상자에 실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탄다. 중국인 사육사 2명 등 10여 명이 12석 비즈니스칸에 동승한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에는 길이 덜컹거려도 흔들림이 거의 없는 특수 무진동 트럭에 실려 창녕군 따오기복원센터 근처로 옮겨진다. 일주일간 중국인 사육사의 보살핌 아래 적응을 마친 뒤 따오기복원센터에서 26마리의 다른 따오기들과 어울리게 된다. 이런 이송·현지적응 과정에 드는 비용만 보험료를 포함해 5000만원에 이른다. 돈은 환경부와 경남도·창녕군이 분담한다. 중국에서 따오기를 들여오는 것은 2008년 10월 암수 한 쌍을 반입한 뒤 처음이다. 당시도 이번 같은 ‘특급호송작전’을 펼쳤다.

 따오기는 천연기념물 제198호다. 한때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으로 시작하는 동요에 나올 정도로 친숙한 새였다. 그러나 멸종위기종이 돼 국내에서는 1979년 비무장지대(DMZ)에서 촬영된 뒤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 2008년 10월 당시 김태호(새누리당 의원) 경남지사가 복원을 위해 중국에서 암수 한 쌍을 들여와 현재 26마리로 늘렸다. 암컷이 16마리, 수컷이 10마리다. 그러나 암수 성비가 맞지 않고, 또 근친 간 짝짓기가 계속되면서 유전적 문제가 우려됐다. 그래서 정부가 중국 측에 수컷 따오기 기증을 요청해 이번에 이뤄졌다. 경남도 김한준 습지담당은 “중국 따오기가 한국 적응을 마친 뒤 내년 1월 중순께 결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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