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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대륙붕 협정 초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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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제주도 남쪽 동지나해 대륙붕을 공동 개발하기 위한 한·일 두 나라 정부의 협상은 앞으로 한달 안에 매듭지어질 것 같다. 7일까지 사흘 동안 서울에서 열린 실무자 소위원회는 몇 가지 미 합의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문제에 합의, 이를 협정 초안으로 조문화했다.
미 합의로 남아 있는 문제도 대충 협상선이 드러나 있기 때문에 이달 하순에 열릴 회의에서는 모두 타결될 전망이 짙다고 한다. 따라서 4년 가까이 끌어오던 영유권 분쟁이 불과 다섯 차례의 회의로 타결점에 이른 것은 양국 정부의 조기 해결 방침을 감안하더라도 예외적으로 빠른 진척이라고 평가된다.
이 때문에 혹은 우리측이 공동 개발이란 해결 방식을 너무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기초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비관의 소지도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공동 개발 방식이란 어디까지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고육책인 것이요, 그 자체가 이미 양보였다는 인식이 모자란다는 얘기다. 이 점에서 아직 남아 있는 조문화 작업의 최후 순간까지 지나친 조급성 때문에 우리의 국가 이익 수호에 추호라도 흠이 없도록 더 한층의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실 공동 개발 협정이 조인되려면 앞으로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더 해결돼야 할 것이다.
첫째, 개발 회사의 부담금 납부 방식에 관한 대립 문제이다. 정부에 납부할 부담금에는 조광료 및 세금과 일정량 이상을 생산했을 때 추가로 내는 「보너스」가 있다.
현행 두 나라외 국내법상 한국은 조광료가 총생산량의 12.5%이며 세금은 순리주의 50%인데 비해 일본은 각기 1%, 42%(지방세 포함)로 훨씬 낮다. 그렇다면 한국계 회사는 한국 정부에, 일본계 회사는 일본 정부에 각각 부담금을 내는 경우, 한국계 외국 회사는 일본 회사에 비해 월등히 불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물론 한국계 회사는 국내 회사가 아닌 외국 회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불리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러한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측에 의해 제시된 방식이 모든 관계 회사가 부담금을 양국 정부의 부과율에 맞추어 절반씩 한국과 일본 정부에 내는 교호 납부 방식이다. 이 방식은 두 나라 정부가 각기 법정 액수를 받고 공동 개발 회사간 형평을 이루는 것이긴 하나 양국 정부의 수납액에 차이를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다.
일본은 국내 산업 보호상 부과율을 높일 수도, 교호 납부 방식을 받아들일 수도 없으며 그래서 한국 회사는 한국에, 일본 회사는 일본에 각각 부담금을 내게 하는 입장을 강하게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공동 개발을 할 때, 어느 나라 국내법을 적용하느냐 하는 문제도 중요하다. 우리의 해저 광물 자원법과 일본의 광업법의 차이 뿐 아니라 개발 과정에서 생기는 사소한 사건에까지 적용될 법조문이 상당히 다르다. 이 문제는 결국 공동 개발 단위별로 지정될 운영 회사가 속하는 나라의 법을 적용한다는 선에서 매듭짓는 게 가장 합리적일 듯 하다.
셋째, 공동 개발 구역과 단독 개발 구역에 걸친 유전은 어떻게 자원을 나누느냐는 문제다. 유전이 한 개의 「풀」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 경우 공동 개발 구역에서 시굴하면 공동 개발 된 몫으로 나누자는 주장인 듯 싶다.
반면 우리는 요즘 세계적으로 개발된 단위 측정(Unitization) 방식을 도입해 단독 개발 구역과 공동 개발 구역의 생산량을 계산해 정확히 나눠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측 주장이 과학적으로 더욱 타당한 것은 물론이다. 이러한 미결 문제외에도 정작 공동 개발이 시작되면 회담 과정에서 예기치 못했던 문제가 유출하리라 예견된다. 따라서 회담 대표들은 좀 더 용의주도하게 문제점을 검토할 것은 물론 새로운 문제가 생길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협정의 체제를 마련해 탄력성 있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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