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억제방법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물가상승률을 연간 3%선에서 억제한다는 방침이 경제정책의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위해 8·3조치이후에 많은 시책이 펴지고 있음은 다 아는바와 같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과연 물가가 안정될 것이냐에 대한 전실은 확실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견해라 하겠으며, 때문에 정책입안에 직접 간접으로 참여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이 시점에서 매우 큰 참고가 될 것이다.
기획원·한국은행 그리고 경제개발원의 고위책임자들은 근자의 물가상승요인으로서 환율·수입억제·고미가 정책· 공공요금인상·기업재무구조의 취약성·고금리부담 등을 들고있다. 그리고 이 요인들은 8·3조치로 사실상 제거되었으므로 통화량의 공급만 적절히 억제하면 물가는 안정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인 듯하다.
물론 이들은 인위적인 가격억제가 장기적으로 실행성이 적다는 사실이라든지, 재정과 금융이 독자적인 영역을 유지하면서 상호보완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단서를 제기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통화량만 적절히 억제된다면 물가가 안정될 수 있다는 견해를 가진 듯하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앞으로 정책당국이 충분히 참고해야할 것으로 보이나, 곤란한 문제는 적절한 재정금융정책으로 통화량을 어느 선에서 늘리는 것이 소망스러운 것이냐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이 제시되지 않고 있는데 있다.
이미 올해의 재정안정계획은 확정되어 집행되고있다. 그러므로 이들 전문가가 제시한 『빠듯한 통화공급』이나 『적정통화공급』은 확정된 재정안정계획에 문제점이 있다는 뜻인지, 그 진위가 모호하다. 따라서 물가안정정책의 성패가 적정통화공급에 있는 것이라면, 대체적으로 확정되어 집행되고있는 재정안정계획을 현실경제동향에 비추어 이를 더욱 철저히 검토해서 문제점이 있는지 찾아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안정정책의 방법론으로서 인위적인 가격억제방식이 더 효과적이냐, 아니면 가격기구기능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이냐 하는 문제도 차제에 기하 검토해봄직 하다. 의견을 제시한 전문가중에는 인위적인 가격억제가 물가상승을 일시 유예시킬 뿐 실효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데, 이는 현재의 정책집행방식과는 반대되는 견해인 만큼 중요한 것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자본제 경제의 본질적 장점이 가격기구에 있는 것은 사실이므로 원칙적으로 말한다면 가격기구를 정상화시켜 물가를 안정시킬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격기의의 정상화에는 현실적으로나 구조적으로, 많은 애로요인이 있으며, 때문에 단시일 안에 이를 실현시키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이처럼 양면성을 내포하고 있는 문제를 우리의 현실에서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서 안정정책의 집행수단 선택은 달라지는 것이므로 당국은 보다 광범한 의견을 들어 장기적으로 보다 실효 있는 안정정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