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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 주변 스케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공화><뜻밖의 서울 대거 진출에 밝은 표정 웃음꽃 피우고>
20여명의 사무국 요원들이 밤을 새워 개표상황을 집계한 중앙당 상황실은 처음 공화당 후보의 당선률이 저조 할 것으로 보아 긴장된 분위기였으나 자정이 지나면서 특히 우려했던 서울에서 예상외로 거의 모든 후보가 당선권에 들어선 것 판명되자 밝은 표정들이 되었다.
정일권 의장 서리와 길전식 총장 및 김영도 사무차장은 입을 모아『여촌야도 현상이 이제야 드디어 깨어졌다』면서 즐거워했고 정 의장 서리는 『국민들이 정치유신의 취지를 이해한 승리』라고 풀이하는가 하면 길 총장은 『야당이 난립된 대신 공화당은 단수공천으로 대결, 조직 표를 지킨 것이 서울에서 승리한 이유인 것 같다』고.
또 정 의장 서리는 TV개표 중계를 보다 강원도 연락실로부터 선거구인 양양 지구 개표집계가 보고되어오는 전화 소리를 듣고 얼른 고개를 돌려 숫자를 확인했는데 야당 및 무소속후보의 표가 적잖이 나온 것을 보고 『김종호(신민) 김인기(무소속) 후보가 모두 양양 출신이어서 그 곳만은 내 기반이 약한 것 같다』고.
정 의장 서리는 최연소 공천자인 오유방(서대문) 박찬종(부산서-동구) 후보가 당선권에 들어 선데 대해 『젊은 사람들이 대견스럽다』고 감탄했으며 무소속의 많은 진출에 대해 뜻밖이라고 놀라워했다.
정 의장 서리는 상황실에서 개표 상황을 지켜보다 자정이지나 자택으로 들어갔으며 선거구인 장흥에서 27일 저녁 귀경한 길 사무총장은 개표집계를 진두지휘하다 새벽녘에 잠시 눈을 붙인 뒤 전반적으로 당락의 윤곽이 거의 드러난 28일 아침 7시께 상황실에 다시 들렀다. 길 총장은 상황판을 차례로 훑어본 뒤 『여야 할 것 없이 복수공천에서 손해를 본 것 같다』면서 『이번 선거가 정치풍토 개선이란 점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치러졌으나 다만 두세 군데서 사고가 있은 것이 옥의 티』라고 했다.
한편 「언커크」 대표인 「부셔」 호주대사는 27일 하오 공화당사를 방문, 투표상황을 알아보기도-.

<신민><서울 저조에 크게 놀라 ,정대행 "사태 심각하다.">
개표가 진행되면서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공화당 후보들이 우세를 보이자 관훈동 중앙당사 당수실에서 TV를 지켜보던 정일형 당수 대행과 당직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신민당은 당초 서울에서 1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고 정일형 후보는 단연 1위 당선을 믿었던 것.
자신의 선거구인 종로·중구 개표소를 둘러보고 당사에 들른 정 당수대행은 『사태가 심각하다』고했고 정운갑 정책심의회 의장도 밤중에 당사에 나와 『서울에서 모조리 공화당이 앞서니 웬일이냐』고 의아한 표정.
TV와 「라디오」로 각 후보자의 득표수를 「메모」하던 요원들도 신민당 후보들이 대부분 2, 3위로 쳐지자 맥 빠진 듯 『이제는 여도가 됐다는 말이냐』고 연필을 놓기도 했다.
정 당수 대행은 밤 11시 40분까지 당수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다가 봉원동 자택으로 돌아갔고, 최규명 선거대책 본부 차장 등 당직자 7명이 밤 새워 당 상황실을 지켰다. 정 당수 대행은 집으로 돌아가기 직전 『2·27 선거, 특히 서울의 결과가 너무나 예상 밖』이라면서 성명을 내 놓도륵 지시.
이에 앞서 이날 낮 동대문구 휘경동 투표소에서의 사전 투표 사건 등에 대해 대책을 협의하기 위해 선거대책 수권 소위와 서울 출마자 연석회의가 하오 7시 반 열렸으나 참석자는 서범석·송원영·노승환·김원만 후보 등 5명뿐.
30분에 걸친 이 긴급대책 회의에서는 『전국적인 선거결과가 종합되는 대로 당의 입장과 진로를 결정』키로 했다.

<통일><당수뇌급 거의 전멸에 침통한 시선과 허탈만>
양일동 당수·김홍일 상임고문·윤제술 최고위윈·박병배 정치위 의장 등 당 수뇌급이 개표 초반부터 뒤지다가 끝내 당선에서 탈락하자 통일당은 초상집 분위기.
중구 삼각동 당사의 정문 「셔터」는 밤 12시에 내려지고 실무자 6명만이 당대표 위원실에서 밤새워 TV와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며 『통일당은 전멸했다』면서 상황판에는 기입할 생각도 않은 채 침통한 표정들.
57명의 공천 후보자를 낸 통일당은 서울에서 6, 7명을 포함해서 적어도 20명은 당선될 것으로 내다보고 투표일까지만 해도 기대가 부풀었으나 전국에서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낙선의 고배.
경북 지구당 후보자들을 독려하고 27일 낮 12시께 귀경한 이태구 간사장은 28일 새벽 1시쯤 당사에 들러 『예상과 너무나 차이가 난다』면서 이날 상오 최고위원 정치위원 확대간부회의를 열도록 연락하라는 지시를 하고 귀가해 버리고.
양일동 당수는 새벽까지 약수동 자택에서 외부전화 마저 받지 않고 있다가 새벽 7시께 확대간부회의 참석 차 1착으로 당사에 도착, 야근자들에게 『어젯밤 수고 많았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당수실로 들어갔다.
새벽 확대 간부회의에는 윤제술·정화암·김선태· 장준하 최고위원, 이태구 간사장, 김용희 부간사장, 이상돈 선거대책 본부장 등이 참석했는데 모두 『너무 어처구니없다』는 독백뿐 서로 말을 잊었다. 확대 간부회의는 『2·27 총선 결과를 납득 못한다』라는 성명서만 채택발표하고 앞으로의 당의 진로에 대해서는 오는 32일께 공천 후보자들과 당직자 연석회의를 열어 결정 짓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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