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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CEO] 美國 로펌 시들리社 콜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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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달 12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강당. 한보철강이 부도난 뒤 6년 만에 새 주인을 찾는 본 계약서 서명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보철강을 인수한 AK캐피탈 권호성 대표와 자산관리공사(캠코) 연원영 사장, 한보철강 나석환 사장 등이 자리를 같이했다. 그 바로 옆에는 그동안 AK캐피탈을 법률 대리한 미국 로펌(법률회사) 시들리 오스틴 브라운 & 우드(이하 시들리) 소속 김도형 변호사(한국계) 등 3명의 변호사가 있었다.

이제 한국 기업의 인수.합병(M&A) 현장에 외국 로펌 변호사를 보는 일은 낯설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정리, 인수.합병(M&A), 부실채권 정리,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등으로 한국 법률시장 규모가 커지자 외국 변호사들의 한국행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대우차.하이닉스.현대투신.한보철강 등 국내 부실기업의 해외매각 때 대부분의 인수자측은 외국과 국내 로펌을 공동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외국계 로펌은 아직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되지 않아 서울에 사무소는 없지만,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방한(訪韓)해 법률자문에 응하고 돌아간다. 정부는 최근 법률시장을 포함한 '서비스 분야 1차 양허(시장개방)안'을 마련,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과 이견 조율에 나섰다. 한국 법조계는 WTO 도하개발어젠다(DDA)에 따라 늦어도 2006년까지는 법률시장을 개방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법률시장에 진입하려고 외국 로펌들이 경쟁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미국 3대 로펌 중 하나인 시들리의 토머스 A 콜 회장(집행위원회 회장)을 지난달 18일 시카고 본사에서 만났다. 시들리의 본사는 시들리의 오랜 고객인 뱅크원 건물에 있었고, 인터뷰는 35층 회의실에서 진행됐다. 톰 W 알브레히트 아시아.태평양담당 사장과 시카고 드폴대 김성태 교수(신문방송학)가 함께 자리했다.

-세계적인 로펌은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는지.

"우리 회사는 파트너십으로 운영된다. 어느 변호사도 회사의 경영만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 않다. 회사 운영에 아주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변호사들조차 본연의 법률 업무와 자신의 클라이언트(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수의 파트너들에게 영향을 주는 결정은 파트너들간의 신중한 합의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 회사의 문화를 말하라면 ▶화합▶협력에 대한 강한 집착▶능력 우선주의를 들고 싶다."

-능력 있는 변호사는 어떻게 확보하나.

"우리 회사는 최고 수준의 법률 업무를 화목한 분위기에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래서 법학도들과 변호사들에게 우리가 갖고 있는 신념이 다른 회사와 다르다는 것을 알린다. 업무와 가정,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균형을 이루도록 한다는 점 때문에 최고의 변호사들이 지원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협력의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변호사들만을 고용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에 대한 시들리의 철학은.

"시들리는 BTI컨설팅이 최근 미국 주요 회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2003년도 클라이언트 서비스 부문 최고의 로펌으로 선정됐다. 이는 ▶기술적으로 정확하고 사업현장에서 가장 유용한 최고 수준의 법률서비스를▶적시에▶회사와 클라이언트 모두에게 공정한 보수에 제공하려고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믿는다. 때로는 최고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고객에게 '노(No)'라고 말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한 경우에도 항상 클라이언트가 희망하는 결과에 도달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

-그동안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집단해고를 해 본 일이 있는가.

"재정상의 이유로 변호사나 기타 직원을 해고한 적이 없다. 집단 해고가 회사의 문화와 장기적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90년대 초 불경기에도 집단 해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90년대에 능력 있는 로스쿨 졸업생들을 많이 확보했다."

-소속 변호사들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일을 하나.

"변호사들의 계속적인 교육과 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전세계 시들리 사무소 섭외업무 전문 신임 변호사들의 훈련을 위해 회사법 전문 코스를 매년 운영하고 있다. 일주일이 걸리는 이 과정에는 클라이언트들의 고문 변호사들도 초대된다. 인수.합병, 자금조달 등 업무별로 그룹을 만들어 매주 또는 격주간으로 새로운 동향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또 공식적인 선.후배 변호사간의 개별지도 프로그램과 중간급 변호사들의 회의도 자주 열고 있다."

-한국 법률시장 전망과 시들리 계획은.

"시들리는 회사 차원에서 한국에 커다란 관심을 갖고 있다. 시들리는 세계 주요 로펌 중에서 가장 크고 경험 많은 한국업무 전문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업무 그룹은 3명의 파트너급 한국어 사용자를 포함해 12명에 이르는 한국어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담당 변호사들은 한국의 다국적기업군, 금융기관, 정부기관들과 M&A, 구조조정, 국제소송.중재 등의 업무를 오랫동안 해왔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 어떤 형태로 한국 법률시장이 개방될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 시들리의 강점은.

"시들리의 가장 중요한 포커스는 클라이언트 서비스에 있다. 우리 회사 문화는 팀워크, 즉 변호사들이 서로 편안하게 함께 일하는 문화로 정의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오피스가 보유한 다양한 전문성과 경험을 유연하게 제공한다는 면에서 다른 로펌과 차별된다. 경쟁사에 비해 비교적 한국 법률시장에 진출한 지 오래 되지 않았지만 우리는 서두르지 않겠다. 우리 변호사들이 제공하는 법률 서비스의 질과 한국 고객에 대한 특별한 관심에 힘입어 시들리가 국제적 로펌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한국업무 그룹을 가진 로펌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시장개방 이후 한국 법률시장이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의심의 여지 없이 시장개방은 클라이언트들에게 로펌과 법률 서비스에 관한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또 보수와 서비스의 질 면에서 경쟁을 촉진할 것이다. 국제적인 로펌의 진출은 한국이 법률서비스에서 최고의 스탠더드를 정립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시카고=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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