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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블랙 프라이데이' 열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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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수퍼 블랙데이’ ‘블랙 프라이스’ ‘한국형 블랙 프라이데이’…. 올해 블랙프라이데이(11월 29일)가 지난 지 보름이 훌쩍 넘었는데도 오히려 ‘블프’ 열풍은 12월에 더 뜨겁다.

 롯데백화점은 16일 “본점 개점 34주년을 맞아 17일 하루만 온라인(lotte.com, elotte.com)에서 1200여 종의 상품을 30~70% 할인판매하는 ‘수퍼 블랙데이’ 행사를 연다”고 밝혔다. 소셜커머스업체 위메프는 16일 최대 10만원까지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블랙 프라이스 세일2’를 시작했다. 이달 9일 하루 거래액이 220억원이나 됐던 ‘블랙 프라이스 세일’에 이어서다. 13일 온라인몰 11번가의 ‘11번가 블랙 프라이데이’ 기획전에는 300만 명이 몰렸다. 이벤트 시작 시간인 오전 10시에는 동대문 패션타운 하루 유동인구 규모인 100만 명이 동시 접속하기도 했다. 거래액도 역대 금요일 중 최고였다.

 추수감사절(11월 넷째주 목요일) 다음날인 블랙프라이데이는 원래 미국 최대의 쇼핑 대목이다. 크리스마스 쇼핑 시즌을 앞두고 파격가 할인 행사가 열린다. 이 시기에 해외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파격 할인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직구족’이 늘면서 국내에도 알려졌다. 특히 올해는 11번가·옥션 등 국내 온라인몰이 지난달 25일부터 직구족을 겨냥한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벌이고, 29일 당일에는 화장품 브랜드숍 미샤 등 순수 국내업체들까지 반값 할인에 나서면서 큰 화제가 됐다. <중앙일보 11월 30일자 10면

 ‘블프(블랙 프라이데이의 한국식 애칭)’ 바람은 12월에도 여전히 거세다. 뒤늦게 대형 유통업체가 가세해 대성공을 거두면서다. 이달 4일 롯데백화점은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를 표방한 패션잡화세일을 열었다. 이날 하루만 약 1만 명이 몰리고 매출은 약 13억원에 달했다. 목표액(4억원)의 3배가 넘는다. 평소 이 백화점 주요 기획행사의 평균 매출은 1억원 정도다. 롯데마트도 12~18일 주요 생필품을 최대 50% 할인하는 행사를 열면서 ‘대형마트형 블랙 프라이데이’를 내세웠다. 그러자 11번가처럼 이미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를 진행한 온라인 유통업체도 ‘앙코르 행사’에 나섰다. 12월 내내, 요일에 관계없이 ‘블랙 프라이데이’가 된 연유다.

 ‘사이버 먼데이’(온라인몰에서 파격 할인을 하는 블랙 프라이데이 다음주 월요일), ‘박싱데이’(연말 재고떨이를 하는 크리스마스 다음날) 등 더 생소한 해외 세일을 도입한 업체도 있다. G마켓은 이달 2~8일 해외 브랜드를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사이버먼데이 세일’을 열어 매출이 40% 늘었다. 인터파크는 11일부터 26일까지 박싱데이 기획전을 열고 스마트TV·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한다.

 유통업계는 블랙 프라이데이를 앞세운 반짝 세일로 소비 심리를 자극해 연말 결산 전 매출을 끌어올리고 재고 부담을 덜겠다는 전략이다.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이은희 교수는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처럼 대대적인 할인이 아니라 일반 할인행사인데 이름만 빌려서 이런저런 세일에 식상해진 소비자를 현혹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파격적인 할인을 통해 기업은 재고를 과감히 떨쳐내고 소비자는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윈윈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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