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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빛 드는 동쪽 방을 창문은 크게 한방에 두 곳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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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옷과 집은 자주 비유된다. 값진옷, 값싼옷, 화사한 차림, 소박한 차림 등 집도 이와 같다. 어떠한 집이나 그 집 나름의 성격이 있다. 이 성격은 즉 그 집주인의 취미, 경제적 조건, 생활, 가족구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
옷을 고를때 우선 자기의 몸에 맞는가를 생각하듯이 주택도 그 집안의 생활에 맞는가를 살펴야한다.
어떠한 생활을 원하는가에 시작하여 그 생활에 맞는 주택이 탄생한다.
거실을 중심으로 한 주택은 재래식의 대청마루모양의 번거로운 것이 아니라 아늑한 거실이어야 하고 주부가 부엌에서 일하는 것을 중심으로 한 생활은 역시 부엌이 남쪽이나 동쪽의 좋은 자리에 있으며 편리한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이 「스케치」는 어린이들의 공부방에 중점을 두었다. 한마디로 어린이라고 해도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와 독립되어 간섭을 바라지 않는 고등학교 이상의 자녀 등 차이가 있다. 이 그림에서 보듯이 자녀들의 방은 모두 동쪽과 남쪽에 면해있다. 동·남쪽에 있는 큰 방은 두 어린이가 쓸 수 있는 3·5평 정도의 크기며 그 위쪽에 있는 것은 독방으로 어린이들에게는 아침 햇빛이 일찍 들어오는 동쪽이 이상적인 까닭이다.
공부방을 겸한 어린이방은 조용해야 하므로 부엌, 현관, 거실 등 소란한 곳에서 떨어져 있어야 하며 한편 화장실, 욕실 등에서 가까와야 하겠다.
맹자의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세번이나 집을 옮겼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환경이 사람을 만든다. 건강하고 명랑한 어린이로 키우기위해 어린이방은 햇빛이 잘 들며 통풍이 잘 되는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겠다.
창은 큼직큼직하고 여름에는 바람이 잘 통하드륵 한방에 두 곳의 창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분위기는 차분해야 하며 너무 밝은 것도 기분을 산만하게 하므로 「커튼」이나 장지문으로 햇빛을 조절해야 되겠다. 또 이것은 밤의 안면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우리들은 어린이에게 자기의 취미나 기호를 강요하기 쉬운데 어린이방의 벽지나 「커튼」 의 색깔 등은 어린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도륵 하되 적절히 지도하는데 그쳐야 한다.
내성적이고 우울한 성격의 어린이의 방에는 밝고 부드러운 기분의 엷은 황색 「베이지」, 「핑크」등의 중간색으로 하고 침착하지 못한 어린이의 방에는 이와 반대로 녹색이나 따뜻한 회색 계통으로 차분하게 꾸미면 좋다고 색채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어린이방에는 이불과 옷을 넣을 반침을 갖춰 자기 일을 자기가 하는 습관을 어릴적부터 키워야한다. 방안의 조명은 천장 한 가운데와 책상이 놓일만한 자리에 「스탠드」를 사용할수 있도륵 벽에 「콘센트」를 마련하되 높은 의자용 책상과 얇은 책상의 종류에 따라 그 높이도 달라야 한다.
또 가끔 책상의 위치를 바꿔 생활의 변화를 주어야 하므로 「콘센트」도 두 곳쯤 마련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한창 자라는 유년기의 어린이에게는 방의 양지바른 남쪽에 툇마루를 만들어 직접 뜰에 나갈 수 있도록 꾸몄다가 책상을 놓아 공부하는 「스페이스」로 쓸 수도 있다.
어린이는 나날이 자라난다. 유년기에서 소년기, 그리고 청년기에 이르기까지 그때그때 별지장 없이 적응될 수 있도록 꾸미는 것이 이상적이다. <이경희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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