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틀려 거절 두려워" 시립병원 청년 변사 싣고 온 사람은 경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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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빈사상태의 청년을 서울동부시립병원 응급실에 입원시키고 가짜 소속과 성명 등을 대고 사라졌던 경찰정복차림의 순경2명은 현직 경찰관임이 밝혀졌다. 두 순경은 의정부경찰서 구리지서(경기도 양주군구리면교문리)소속 이의식순경(34)과 김희일순경(30), 「택시」에 동승했던 두 민간인은 청년을 처음으로 발견했던 전수호씨(23)와 김찬기씨(27)로 밝혀
민간인 전씨 등 2명은 지난8일 상오10시50분쯤 구리면수석리432번지앞 길가 얕졌다.
이순경 등은 9일 하오3시쯤 경찰관이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청년 변사사건에 관한 신문보도를 보고 지서장 채기선경위(44)에게 보고, 의정부경찰서장 인귀길총경에게 지휘보고를 올려 『행정관할구역이 다른 경기도에서 서울동부시립병원에 응급환자의 입원을 의뢰했을 때 거절당할까봐 두려워 서울청량리경찰서 중화파출소 근무순경 최현식이라고 거짓으로 썼다』 고 자술했다. 개울에 청년이 쓰러져 허우적거리면서 『나는 충북제천에서 취직하러 왔다』며 신음하는 것을 발견, 손수레에 싣고 4백m쯤 떨어진 구리지서에 가서 신고했다.
신고 받은 이순경은 청년을 근처 동양의원으로 데려가 강심제1대를 맞히는 등 응급치료를 했으나 의사 이병낙씨(54)가 『약물중독으로 보이니 빨리 큰 병원으로 옮겨라』고 하자 지나가던 서울영 푸른색「택시」에 청년을 싣고 서울동부시립병원으로 갔다.
이순경은 응급환자 진료의뢰서를 쓰라는 간호원의 말에 경기도에서 왔다면 입원을 거절할까 두려워 순간적으로 엉뚱한 소속과 성명을 적어주었다.
이순경 등 4명은「택시」를 되돌려 지서로 가서 차비1천20원을 주었다는 것.
이순경에 의하면 지난71년8월 중순 걸인 행려병자1명을 동부시립병원에 데려갔으나 의정부도립병원으로 가지 않았다고 면박을 받아 동대문경찰서 직원을 입회시켜 겨우 입원시킨 일이 있으며 지난 1윌13일 밤11시30분 음독한 박모양(20·E여대1년)을 김병희순경(37)이 동부시립병원에 데려갔으나 역시 당직의사와 간호원으로부터 관할다툼을 당해 통사정 끝에 겨우 입원시킨 일등이 있어 이번에도 관할문제로 입원을 거절당할까봐 두려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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