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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무역 협정 체결 틈탄 동구 제국의 독자성 모색|「워싱턴·포스트」지 「모스크바」 특파원 「로버트·G·카이저」 현지「르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소 무역 협정 체결 「뉴스」는 「헝가리」를 기대와 흥분으로 들뜨게 했다-. 「헝가리」는 미·소 경제 협력 관계를 그들의 경제와 직결시켜 생각한다. 서방과의 경제 협력을 내심 크게 바라 온 「헝가리」는 미·소 무역 협정을 그들 경제의 큰 활력소가 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소가 보인 모호한 태도>
「헝가리」뿐 아니라 지금까지 소련 제국의 위성국으로 취급되어 온 동구 국가들은 모두 이 기회를 이용, 외교적 탈바꿈을 조심스럽게 모색하고 있다.
이들이 이처럼 서구와의 새로운 변화를 열망하면서도 독자적인 행동을 주저하고 있는 것은 「체코」 침공 이후 소련이 보이고 있는 모호한 태도 때문이었다.
「체코」 침공은 동구와 소련의 진보주의자들의 사기를 저상 시켰다. 그러나 그후 소련식 공산주의의 영향력이 동구에서 약화된 것도 사실이다.
「체코」의 자유를 위한 항거가 점차 망각되어 가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것을 계기로 「폴란드」·「헝가리」·동독 등 충직한 소련의 추종자들이 「독자 행동권」 확보를 위해 암묵리에 노력해 온 것 또한 부인 못한다.
소련은 서부·중부 「유럽」에서 2차 대전 후 견지해 온 냉전 입장을 스스로 포기함으로써 현상 고정 하의 새로운 안정을 모색해 왔다. 소련 지도자들은 「스탈린」·「흐루시초프」 시대를 관류해 온 이른바 「포위 공책」이 이미 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러한 소련의 움직임이 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리라는 것은 동구 제국의 공통된 관측이다. 「폴란드」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사회주의 국가들이 새로운 관계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마치 영 연방들의 관계처럼…』이라면서 소련의 영향력으로부터 멀어지고 싶은 욕망을 솔직하게 피력했다.

<구주 안보회에의 기대>
동구 제국들의 구주 안보회의에 대한 기대가 그들의 입장을 단적으로 표현해 준다. 구주 안보 회의가 동구권에 대한 소련의 지배권을 합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서방측의 우려와는 달리 동구 제국은 이것이 2차 대전 후 정립된 기초 세력 지도의 종언을 고하게 하는 발전적 분위기를 성숙시켜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요컨대 서구와 1대1로 경쟁하는 것이 비로소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동구 국가들은 또한 동·서구간의 자유 왕래를 열망하고 있다. 이 같은 희망은 서구 국가들이 구주 안보 회의에 걸고 있는 기대와 합치한다.
동·서 상호 균형 감군에 바탕 한 구주 안보 회의를 북대서양 조약기구 (NATO) 와 결부시키는데 대해선 동구 국가들은 별로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를 제외하고는 모든 동구국가들이 그들의 영토 안에 소련군이 주둔하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민족주의 출구로 이용>
설사 동·서 감군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것이 상징적인데 그칠 것이라는 것을 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구주 안보 회의에 대한 동구의 깊은 관심은 그들이 민족주의를 표방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고 있기 때문에 더 크다. 그들은 지금까지 소련으로부터 가해진 제약을 혐오하고 있고, 조그마한 출구라도 있다면 적극 이를 이용하려 하고 있다.
이미 소련의 궤도에서 이탈한 「유고슬라비아」를 빼고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나라는 「루마니아」이다. 「루마니아」는 최근 IMF (국제 금융 기금), 세계 은행 참여를 비롯해 활발한 자본주의 경제와의 접촉을 꾀하고 있다. 「폴란드」와 「헝가리」도 뒤이어 IMF 가입을 눈치껏 서두르고 있다.
특히 「폴란드」는 작년 5월「닉슨」이 방문한 이래 5가지의 대미 관계 개선책을 손질하고 있다. 「불가리아」까지도 미국에 사절단을 파견했다.
소련은 이들 동구국 가들의 새로운 움직임에 노골적인 제동은 가하지 않고 있지만 출판물을 통해 『서구가 사회주의 국가들의 동질성을 파괴하려는 공작을 펴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동구에 대한 맞장구 역시 밀도를 더 해 가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의문은 소련이 과연 어느 선까지 동구의 「독자성」을 묵과할 것인가에 있다. 일반적인 동·서 화해 「무드」가 소련과 동구 사이의 장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측은 두 가지 상반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기적으로는 자연이 자신의 동·서 화해 정책을 근본적으로 수정하지 않는 한 어쩔 수 없이 동구의 덩단 해빙 정책을 묵인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소련이 동구의 방종 (?)을 응징할는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체코」 침공식 응징은 현 세계 정세로 보아 불가능할 것이라는 것이 동구가 가지고 있는 최소한의 배짱이다.
한편 동구의 제반 움직임이 소련의 대외 정책에 유리할 것이며 타격은 미국 쪽이 더 크게 받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왜냐하면 동구의 태도 변화가 서구에 공산 측으로부터 위험성을 경시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미국의 「방위력」을 앞세운 서 「유럽」이 설득력이 약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양상으로 보아 소련은 동구의 대서구 독자적 접촉을 허용하되 그들을 계속 세력권에 묶어 두는 방법을 찾기에 부심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이유로 소련은 미국과의 거래에서 보인 것과 같이 무력 위협보다는 실리 외교를 위성권 결박에도 원용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동독의 「기에레크」가 취한 노동자 수익 확대 정책에 소련이 자금과 정신적인 지원을 취한 것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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