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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앱테크, 돈 버나 시간만 버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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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정주부 전모(30)씨는 집안일을 하거나 아기를 볼 때 수시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린다. 지인으로부터 온 문자메시지를 확인하거나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기 위한 게 아니다. 스마트폰에서 내려받은 애플리케이션(앱)에 올라오는 광고와 이벤트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광고를 확인하거나 댓글 등을 달면 돈이나 상품권 등으로 바꿀 수 있는 포인트를 쌓아주는 이른바 ‘리워드앱’이다. 전씨는 “이렇게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앱을 확인하다 보면 남편과 커피를 한 달에 2~3번 정도 사먹을 돈이 쌓인다”며 “주변의 가정주부나 친구들 중에는 아예 작심하고 리워드앱을 통해 용돈 벌이에 나선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의 앱 광고를 보거나 일정한 미션을 수행하면 적립금이나 쿠폰을 받을 수 있는 리워드앱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앱을 통해 돈을 번다는 의미에서 ‘앱테크’(앱+재테크)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다. 하지만 쓸데없이 시간만 허비하고 돈은 기대만큼 못 모은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1990년대 후반 폭발적인 인기를 끌다가 부정 클릭과 광고 효과에 대한 비판으로 시장에서 사라진 ‘골드뱅크’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리워드앱은 크게 ‘상시 노출형’과 ‘참여형’으로 나뉜다. 상시 노출형은 많은 사람이 전화가 오지 않아도 날씨를 보거나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보는 습관을 이용했다. 이런 자투리 시간에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추가로 ‘돈이 되는’ 일을 하면 일석이조라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스마트폰 잠금화면이나 첫 화면에 광고를 노출시켜 주면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더 나아가 스마트폰의 잠금해제를 해 광고 콘텐트를 보거나 별도의 앱을 내려받으면 적립금을 주기도 한다. 전화가 걸려올 때 수신번호가 뜨는 화면 상단에 광고를 노출하고 해당 광고로 얻은 수익을 돌려주는 방식도 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나 적립금은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상품으로 교환하거나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다. 캐시슬라이드 한서진 팀장은 “착실히 광고를 보면 한 건에 5~15원 등 책정된 금액이 적립된다”며 “별도의 앱을 내려받고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지인을 추천하면 좀 더 많은 금액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식으로 한 달에 몇십만원 상당의 현금·상품을 받아가는 이용자들이 꽤 된다”고 덧붙였다.

 참여형은 이용자에게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요구한다. 이용자가 광고와 연계된 퀴즈·퍼즐을 풀거나 게임에 참여하면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간단한 설문조사에 참여하면 적립금을 주기도 한다. 댓글을 달면 추첨을 통해 몇백만원의 적립금을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로또 방식도 나왔다. e메일이나 연락처 같은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포인트를 쌓아주기도 한다.

 오베이를 운영하는 아이디인큐의 서혜은 매니저는 “이용자가 특정한 미션을 수행한 대가로 보상을 주는 형식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그래서 비단 광고뿐만 아니라 여론조사나 맞춤형 설문, 최신 트렌드를 살펴보는 시장조사 등으로 활용방법이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마케팅 조사업체인 DMC미디어와 KT경제경영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자의 76.9%가 리워드앱을 알고 있으며, 최근 1년 새 리워드앱을 이용한 경험자는 37.7%로 나타났다. 주 사용 연령층은 10~2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리워드앱은 2011년 처음으로 등장한 이후 현재 수백 개의 리워드앱이 등장했으며 최근에는 CJ E&M이나 NHN·다음과 같은 대기업도 시장에 뛰어들 정도로 빠르게 규모가 팽창하고 있다.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이석규 교수는 “연령·성별 등에 따라 맞춤형 광고가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새로운 광고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특히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만들 수 있고 어디서나 광고를 체크할 수 있다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잘 활용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 류성일 책임연구원도 “이용자와 광고주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켰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1가구 1PC 세대에 나온 골드뱅크와 달리 1인 1스마트폰 시대에 등장한 비즈니스 모델이라 성장 잠재력을 갖췄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리워드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인터넷에는 리워드앱의 특징과 포인트를 얻는 방법 등을 연구하는 카페·동호회도 속속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리워드앱을 한눈에 정리해 보여주는 앱까지 등장했다. 주요 리워드앱의 특징 등을 소개하면서 이를 이용해 벌 수 있는 금액까지 알려준다. 일부 리워드앱 업체는 자신의 마케팅 수단을 특허 등록하고 경쟁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정도로 업체 간 경쟁도 과열되고 있다.

 하지만 기대만큼 우려도 큰 게 사실이다. 먼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리워드앱들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체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꾸준하고 꼼꼼한 이용 없이는 제대로 포인트를 쌓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실제 주요 리워드앱을 소개하는 사이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서는 “시간만 버렸다”는 이용자들의 불만이 적잖게 올라온다. DMC미디어 조사에서도 최근 1년간 리워드앱 경험자들이 현재 이용하지 않는 이유로는 ‘투자 시간 대비 적은 보상’(56.9%)을 꼽는 사람이 가장 많았다.

 과장광고로 사행심을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단계식 지인 추천 등을 통해 한 달에 수십만원 이상을 번다거나, 로또 방식으로 몇백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과대 광고가 성행하면서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를 조장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용 연령에 대한 별도 규제가 없는 리워드앱은 누구나 내려받으면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사행성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한 리워드앱 회사 관계자는 “거의 하루 종일 리워드앱만 만지작거리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리워드앱으로 큰돈을 벌기는 힘들다”며 “최근 경기 불황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앱테크로 투잡을 한다든지 고수익을 얻는다는 말에는 상당한 과장이 섞여 있다”고 꼬집었다.

 이용자가 주의해야 할 점도 적지 않다. 우선 데이터 요금이다. 최근에 나온 리워드앱은 단순히 광고를 보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해당 콘텐트를 직접 이용하거나 내려받아야 포인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생각보다 데이터의 소비가 많을 수 있다. 자칫 포인트를 쌓으려다가 데이터 요금이 더 나오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많은 앱을 설치하는 바람에 스마트폰의 기능이 느려지고, 자주 앱을 사용하다 보면 배터리가 쉽게 닳는 등의 부작용도 나타날 수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 류 책임연구원은 “각양각색의 리워드앱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영세한 업체의 경우 갑자기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회사가 없어지면 그간 쌓아둔 포인트를 쓸 수 없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인정보 유출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일부 리워드앱에서는 회원가입을 유도하거나 이벤트 신청을 하면서 각종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이를 다른 제휴사와 공유한다. 본인이 원치 않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적립받은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곳이 한정된 리워드앱도 있으므로 가입하기 전에 이용약관 등을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리워드앱을 이용할 때 ▶대박 환상을 버리고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며 ▶자신의 생활습관에 맞는 앱을 선택하고 ▶실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따져보고 ▶서비스 중단, 개인정보 유출 등의 부작용에 주의할 것 등을 주문했다.

 리워드앱 업체들도 ‘골칫거리’가 있다. 과도하게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하루에도 수백 번씩 광고를 클릭해 혜택만을 챙기려는 이른바 ‘체리피커’형 이용자들이다. 업체들은 같은 광고를 보고 보상금을 중복 수령할 수 없게 하거나, 시간당 1~3회로 캠페인 참여를 제한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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