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잘못 쓰기 쉬운 단어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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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글을 쓸 때 문맥에 맞는 단어를 선택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만약 뜻이 미심쩍다면 사전을 뒤적이는 수고도 피해서는 안 된다. 요즘은 오류를 걸러주는 절차 없이 바로 실리는 글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그것을 읽은 사람들에 의해 잘못이 확대 재생산되기도 한다. 다음 글들을 살펴보자.

 “187㎝의 키에 비해 다소 왜소했던 김동섭은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몸무게를 80㎏까지 늘렸다.” ‘왜소(矮小)’의 ‘矮’는 ‘난쟁이’ ‘키가 작다’를 의미하는 한자다. 걸리버가 표류했던 대인국이 아닌 다음에야 이 정도의 키를 왜소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래 의도는 키에 비해 몸피가 별로 없다는 걸 표현하려는 것이므로 여기서 ‘왜소했던’은 ‘가냘펐던’ ‘말랐던’ 등으로 고치면 된다. “또래보다 왜소한 체구였지만 그의 눈빛은 형형했다”에서는 ‘왜소한’이 제대로 쓰였다.

 “얼마 전 아베 총리가 ‘위안부가 강제 동원됐다는 증거가 없다’고 강짜를 부리더니 급기야 하시모토는 더 심한 막말을 내뱉었다.” ‘강짜’는 ‘강샘’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강샘은 ‘질투’와 동의어다. 앞의 예문은 ‘질투’와는 관련이 없다. 이 문맥에서 ‘강짜’는 ‘억지’ 등으로 고쳐야 바른 문장이 된다. “그는 첩을 들인 후 본부인의 강짜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에서는 ‘강짜’가 제대로 쓰였다. 참고로 북한어에서는 ‘강짜’가 ‘생짜(아무런 근거나 조건도 없이 억지를 부리거나 강다짐을 하는 것을 낮잡아 이르는 말)’의 뜻으로 쓰인다.

 “나지막한 돌담 사이로 소담한 골목길이 펼쳐지고, 모퉁이를 돌아서면 운치 있는 정자가 반긴다.” “시골 농가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소담한 맛으로 더욱 친숙한 토속 동치미다.” ‘소담하다’는 ‘생김새가 탐스럽다’ ‘음식이 풍족하여 먹음직하다’란 뜻인데 이를 ‘소박하다’란 뜻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위 예문에서는 문맥상 ‘소담한’이 아니라 ‘소박한’이 어울린다. ‘잿빛 하늘에서 소담한 눈이 펑펑 쏟아졌다’ ‘소담하게 담은 과일 접시’ 등은 ‘소담하다’를 제대로 사용한 사례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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