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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3사 북한核 보도 '2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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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핵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미국 간의 갈등을 다룬 지상파 방송3사 뉴스 보도방식이 다르다는 모니터 분석결과가 나왔다.

언론노조 정책위원인 양문석 박사는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올 2월 19일까지 2개월간 지상파 방송3사의 저녁 종합뉴스를 분석한 결과 MBC는 북한측 관련 보도는 거의 단순전달에 그친 반면 미국측 입장은 비판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KBS와 SBS는 북한측 입장에 비판적인 보도 태도를 취하면서 미국측 입장은 대체로 가감없이 보도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양박사는 지적했다.

양박사는 제목을 달리 하는 각 뉴스가 한 나라의 주장에만 근거한 경우 '일방 보도', 비판을 한 마디라도 넣으면 '비판 보도'로 분류했다.

다른 국가의 입장을 함께 보도한 경우를 '비교 보도'로, 변화하는 상황을 방송사측이 직접 분석한 것은 '분석 보도'로 나눠 조사 대상 기간 중에 방영된 4백96건의 방송뉴스를 모니터, 분석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북한측 입장을 보도하면서 MBC는 18건 중 3건(16.7%)만 비판적인 기사였고 나머지는 북측 입장만 다룬 일방 보도였다.

반면 KBS는 28건 중 15건(53.6%), SBS는 18건 중 10건(55.6%)이 비판 보도로, 북한측 상황 보도에서 비판 보도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MBC는 미국측 입장 관련 뉴스에선 41건 중 과반수인 21건(51.2%)에서 비판 보도를 하는 대조적 태도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반면 KBS는 45건 중 5건(11.1%)만이 비판 보도였고 SBS는 31건을 보도하면서 3건(9.7%)만 비판적으로 보도했다.

또 한국측 입장을 보도할 때에는 MBC가 33건의 기사 중 1건(3%)만, SBS가 40건 보도에서 3건(7.5%)이 비판 보도인 데 비해 KBS는 51건 보도에서 8건(15.7%)이 비판 보도로 나타났다.

양박사는 "이같은 분석 결과는 MBC와 KBS.SBS가 핵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과 보도방식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지난달 26일 언론노조와 민언련이 주최한 '한반도 핵 위기와 언론Ⅱ'세미나에서 '한반도 위기에 대한 방송태도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양박사는 "당시에는 주로 KBS.SBS가 미국에 비판적 관점을 덜 보였다는 데 초점을 맞춰 발표했으나, 분석 결과를 볼 때 MBC도 북한측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했다는 점에서 객관성을 잃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 보도에서는 전쟁.핵 폭발 등 무시무시한 장면을 배경화면으로 내보낼 수 있어 수용자에 미치는 효과가 대단히 큰 만큼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만 전달하지 말고 사실을 제대로 따지는 비판적이고 분석적인 보도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핵 문제는 사안이 복잡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려면 깊이 있는 보도가 필요한데도 방송사의 자체 분석기사는 SBS 11건, MBC 9건, KBS 3건으로 충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사 기간 중 다룬 기사 건수는 KBS가 1백99건, MBC가 1백55건, SBS가 1백51건으로 KBS가 다른 방송사보다 북핵 문제에 관해 20% 이상 더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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