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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대중화에 한몫 보태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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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8∼11일 상암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리는 야외 오페라‘투란도트’(연출 장이머우)에서 티무르(왕위를 빼앗긴 타르타르 왕) 역을 맡아 유일한 한국인 주역 가수로 출연하는 베이스 양희준(44·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씨.

그는 국내에서 직업 가수 겸 교수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려고 하는 몇 안되는 성악가 중 한 명이다.

"독일에 있을 때 장이머우 감독의 자금성 공연 소식을 듣고 퍽 재미 있는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투란도트' 공연이 야외오페라로 규모가 큰 만큼 국내에서 오페라 대중화에 큰 도움이 됐으면 해요. 귀국 후 첫 작품으로 택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지난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로 부임, 후진 양성을 하고 있는 양씨는 3백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1995년부터 주역 가수로도 활동 중이다. 유럽 무대에선 '시몬 양'이라는 이름으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함께 활동 중인 소프라노 헬렌 권(43.한국명 권해선)은 양씨의 귀국 소식에 못내 서운해 했지만 틈나는 대로 돌아와 오페라에 함께 출연하겠다는 말을 듣고 퍽 기뻐했다는 후문이다.

오페라단 전속가수라면 한두 배역을 맡아 이곳 저곳을 누비는 경우에 비해 모차르트.베르디.바그너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해내야 한다. '살로메''맥베스''마술피리''피가로의 결혼''방랑하는 화란인''돈 카를로''후궁으로부터의 유괴''리골레토''토스카' 등에서 양씨가 맡아온 배역은 모두 50여개나 된다.

"유럽 무대 진출은 재능있는 성악가라면 언젠가는 얻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한국 성악가들은 노래도 잘 하고 소리도 좋지만 대체로 몸이 굳어있어요. 배역에 상관없이 표정이나 동작이 천편일률적이에요. 처음엔 나더러 '예외'라고 말할 정도였지요."

교회 성가대에서 성악의 기초를 닦은 그는 고교 졸업 후 성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면서 일찌감치 합창단 멤버로 오페라 무대에 섰다. 국내에서도 오페라.콘서트 등에 출연하고 싶고 특히 오케스트라 반주로 독창회를 하는 것이 꿈이다. "기량이 뛰어난 학생들이 많아요. 제자가 아닌 동료로 생각하면서 그동안 쌓아온 경험을 들려주는 것이 교육이 아닐까요."

양씨는 내년 1월 함부르크에서 '나부코' 중 대제사장 역, 10월 새로운 프로덕션(연출)로 빈슈타츠오퍼에서 '돈 카를로' 중 종교재판관 역을 맡았다. "모레라도 무대에 선뵐 수 있는 레퍼토리가 20여곡이 넘습니다. 모차르트의 '후궁으로부터의 유괴' 중 오스민 역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기회가 닿는대로 국내 오페라 무대에 서고 싶습니다만 오페라에 대한 열성과 함께 시스템의 보강이 뒤따라야죠."

양씨는 부산 태생으로 부산대 재학 중 서울대로 진학, 이인영 교수를 사사했으며 1990년 독일 쾰른 국립음대로 유학해 쿠르트 몰 교수를 사사했다. 87년 중앙음악콩쿠르 1위에 입상했으며 92년 뒤셀도르프 오페라단에서 벨리니의 '청교도'로 데뷔했다. 브레겐츠 페스티벌.아헨 오페라.칼스루헤 오페라를 거쳐 95년 함부르크에서 전속 가수로 있으면서 빈 슈타츠오퍼.에센 오페라.슈투트가르트 오페라.베를린 슈타츠오퍼 등에서 주역 가수로 출연해왔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lully@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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