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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베이스 연광철 독창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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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면

지난 9일 LG아트센터에서 열린 베이스 연광철(38)의 독창회는 슈베르트 가곡, 모차르트.베르디의 오페라 아리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꾸며졌다.

슈베르트.브람스.볼프.이베르.풀랑 등 독일.프랑스 가곡으로 꾸몄다가 별 호응을 얻지 못한 1999년 첫 내한 독창회의 참담했던 경험 때문일까. 예술가곡보다 오페라 아리아를 선호하는 한국 청중을 배려한 탓일까.

귀국 독창회의 전형처럼 작곡가의 시대순 배열로 흐르지는 않았지만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를 한 무대에 올린 이날 공연은 국내 정상급 공연장이 올해 기획공연으로 의욕적으로 준비한 네 편의 음악회 중 하나라고 보기엔 다소 미흡한 느낌을 주었다.

다른 음악회도 그렇지만 독창회만큼 곡목 선정, 즉 레퍼토리 구성이 성패를 좌우하는 것도 없다. 오페라를 방불케하는 극적인 제스처로 충만한 슈베르트 가곡에 이어 피아노 반주에 의한 오페라 아리아를 배치한 것이 프로그램 전체에 통일감을 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 전곡을 하든지, 아니면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함께 모차르트 아리아로 승부를 거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다.

어쨌든 이날 무대에서 연광철은 특히 모차르트에서 바리톤의 음역까지 충분히 소화해내는 전천후 베이스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철학적 깊이를 요구하는 슈베르트의 괴테 가곡이나 사랑에 실패한 사나이의 외로운 가슴을 절절히 묘사한 베르디 아리아도 좋았지만 가벼우면서도 유연하고 젊고 발랄한 모차르트에 비길 수는 없었다.

깊이있는 음악성과 격조높은 해석에 청중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연광철은 푸치니의 '라보엠' 중 '외투의 노래', 모차르트의 '피가로의 결혼' 중 '백작께서 춤추고 싶으시다면', 무소르그스키의 '벼룩의 노래' 등으로 앙코르에 화답했다. 피아니스트 올리버 폴의 반주는 노래를 방해하지는 않았지만 가수의 흥을 북돋우는 추임새를 선보이지는 못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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