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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핵 맹주국 대열에 오르다 … 사상 첫 우크라이나에 핵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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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국이 사상 처음으로 비핵 국가에 핵우산을 제공키로 했다고 중국 관영매체들이 11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일 중국을 방문 중이던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동반자 관계 심화를 위한 합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엔 “중국은 우크라이나가 비핵 국가로서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1994년 중국과 우크라이나가 발표한 성명에 근거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부의 핵무기 공격 또는 위협이 닥친다면 중국은 상응하는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고 명시돼 있다. 신화통신은 이 ‘안전보장’이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라며 중국의 핵우산 제공 선언은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94년 ‘우크라이나에 핵 위협을 가하지 않고 안전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우크라이나와 발표한 바 있다.

 핵우산은 핵무기를 가지지 않은 국가가 우방국의 핵 전력에 기대어 안전을 보장받는 것을 말한다. 가상의 적국이 핵 공격을 해올 경우 핵 전력을 가진 우방국이 대신 핵 보복을 가할 수 있도록 해 적대국의 공격의지를 꺾는 효과가 있다. 현재 한국·일본·필리핀·캐나다·호주 등이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아래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국가들은 회원국인 미국과 프랑스·영국의 핵우산 보호를 받고 있다. 러시아는 아르메니아·카자흐스탄·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 등에 핵우산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78년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를 통해 미국의 핵우산이 명문화됐다. 박정희 정권이 암암리에 핵 개발을 추진하며 미국의 지미 카터 정부와 갈등을 일으키던 시기였다.

 현지 매체들은 중국이 처음으로 주변국에 핵우산 제공을 선언한 것에 대해 “핵 위협과 핵 반격 능력에 대해 중국이 자신감을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은 64년 첫 핵실험에 성공하며 핵보유국이 됐다. 당시 소련·미국 등 적대국이 침략해 올까 두려움에 떨던 중국은 생존을 위한 비대칭 전력으로 핵무장을 선택했다. 80년대 중반 이후 선제 핵 공격 능력을 배양해 핵 위협 국가 중 하나로 발전했다. 이제 주변국을 핵우산으로 보호하는 맹주국의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이번 선언은 북한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도 읽힌다. 베이징 외국어대 룽싱춘(龍興春) 교수는 환구시보(環球時報) 기고문에서 “중국이 믿을 만한 핵우산을 제공한다면 주변 지역의 핵 위험을 낮출 수 있다”며 “이는 외부의 군사 위협에 핵 개발로 맞서려는 일부 주변국의 핵 프로그램 폐기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시작은 우크라이나였지만 궁극적으론 핵우산 제공을 통해 북한의 핵무장을 억지하겠다는 목적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옛 소비에트연방(소련)의 일원이던 우크라이나는 91년 소련이 해체되자 소련군이 남겨 놓은 핵무기로 인해 일약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미국과 소련이 맺었던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을 그대로 수용하고 92년 NPT에 가입했다. 이후 모든 핵무기를 러시아에 넘기고 96년 완전한 비핵 국가가 됐다.

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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