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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그 보존을 위한 「시리즈」|전주 비빔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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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후백제의 도읍지였던 고도 전주에 발을 디디면 음식점의 비빔밥 간판이 유난히 눈에 많이 띈다. 비빔밥은 전주 음식의 명물로 대변돼 왔기 때문.
하필 전주 비빔밥이 맛 좋기로 소문난 것은 뭐니뭐니해도 전주 특산의 연한 콩나물 덕택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전주 비빔밥의 특징은 이 콩나물을 비롯한 신선한 야채와 역시 이 지방 특산의 황포묵, 찹쌀, 고추장과 묵은 간장. 또 주변의 기린봉 무악산에서 풍부히 나는 신선한 나무새 등의 재료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전주 제일의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이분례 할머니 (64·한국집 주인)에 따르면 먼저 전주식 비빔밥에 들어가는 나물과 양념 만들더라도 콩나물·시금치·미나리·고사리·무채·표고버섯·호박·오이·숙주나물·김·황포묵·잣·호도·참깨소금·달걀 「프라이」·육회·참기름·상치·당근·마늘·파·생강 등 20가지가 넘는다. 전주 콩나물은 다 자라기전에 뽑아 사용하므로 연하고 수염이 없는 외 뿌리. 길이는 고작 5∼6cm, 꼬리를 잘라 쓰면 5cm를 넘지 못하고 잘근잘근 씹으면 상긋하고 고소하다. 물이 흔한 전주 샘물이 콩나물 키우기에 알맞다는 주민들의 말이다. 녹두물로 만드는 황포묵 역시 연하고 부드러워 입에 들어가면 슬슬 녹는다. 고추장은 순창에서 사오거나 찹쌀로 만들고 간장은 반드시 2∼3년 묵혀 쓴다.
요즘 방식에 따르면 비빔밥은 먼저 수증기로 밥을 찐 다음 파·마늘 등 양념을 넣고 볶아 그릇에 담는다. 20여년 전만 해도 밥을 먼저 육수 물에 비빈 후 그 위에 갖가지 산나물과 고기 등을 얹어놓았으나 지금은 많이 변형되어 비비는 방법도 여러 가지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 한참 맛 솜씨를 부릴 땐 콩나물의 머리와 꼬리를 자르고 잘게 썬 육회를 알맞게 섞어 넣어 구미를 돋우었다한다.
그리고 비빔밥을 담는 그릇도 여름에는 백사기 그릇, 겨울에는 식지 않도록 돌그릇을 사용했다.
지금도 전주의 비빕밥. 명소로 너댓 군데가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각각 음식 맛이 약간 다르다는게 오랜 주민들의 말. 음식점에서 파는 비빔밥은 한 그릇에 3백원 안팎.
봄·가을철 관광객 등 타 지방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관광철에는 하루 1천 그릇 파는 음식점도 있고 J회관에서처럼 서울 신세계 백화점에 지점까지 설치, 대대적으로 만들어 파는 곳도 생겼으나 원래의 전주식 맛과는 많이 맛과 솜씨가 달라지고 있다는게 정평.
이 할머니는 『전주 비빔밥은 요새 조미료를 쓰지 않고 순수한 양념으로 제맛을 내는데서 진미를 맛볼 수 있다』고 말한다.
글 채영창 기자
사진 박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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