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부인'들 브라질·호주서 돈 빼 이탈리아 채권 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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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일본 와타나베 부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던 브라질·호주·터키 같은 나라의 고금리 채권에서 돈을 빼 남유럽 국채를 많이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탈리아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10일 동부증권에 따르면 일본의 해외채권 투자 비중은 2005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 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와 일본 장기금리 하향 안정세로 일본계 자금의 해외 투자는 크게 늘고 있다.

 이런 자금은 유럽으로 많이 몰리고 있는 게 특징이다. 독일과 일부 신용등급이 높은 서·북유럽 국가에도 유입되고 있지만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는 남유럽에 집중되고 있다. 이탈리아·그리스·포르투갈·스페인 등이다. 반면에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투자는 줄고 있다.

 이렇게 일본 자금이 방향을 바꾼 것은 신흥국 통화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유럽은 국채금리가 하락(채권값 상승)하면서 채권 투자 수익률이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증권 박유나 연구원은 “유로존이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한 경기 부양 가능성이 높고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어 유럽 채권에 대한 선호는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계 자금은 또 미국채 매수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에 미 국채 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겠지만 일본계 자금의 매수 때문에 상승 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한편 올 들어 통화가치 하락으로 수익률이 안 좋았던 동남아 국채 중에서는 필리핀 국채가 거의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률을 보였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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