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개스」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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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보사부에서는 연탄「개스」대책 관계자 회의를 열고 건축법을 개정해서 앞으로 신축하는 주택의 구조를 개량키로 했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의 생명을 노리는 가장 큰 위협의 하나가 연탄「개스」임은 새삼 지적할 나위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결정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에 집집마다 「개스」대책에 온갖 신경을 쓰면서도 해마다 엄청난 사고가 발생한다.
정부당국에서 건축법을 고쳐가면서까지 새로 짓는 주택의 구조를 개량해서 「개스」중독 사고를 막겠다 하는 것은, 그만큼 문제의 심각성을 드러낸 것이며, 한편으로 이른바 무독연탄의 개발을 통한 근원적인 「개스」대책이 여의치 못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건축법의 개정 내용을 보면 연기가 잘 빠지도록 굴뚝을 지붕보다 1m이상 높이 올리고 부엌과 방 사이에 문을 못 내게 되어있다. 또 사이벽도 「블록」을 쓰지 못하고 두터운 「시멘트」벽으로 시공케 한다는 것이다.
오죽 연탄「개스」에 대한 수단방법이 없으면 이처럼 법으로써, 주택의 구조마저 제한하게 되랴 싶지만 별달리 신통한 수가 없으니 연탄「개스」와 생활공간을 차단시키는 주택구조의 개량도 하나의 처방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런 대책만으로는 오랜 숙제를 풀기가 어려울 것이다.
우선 기존 가옥에 대한 신축가옥의 증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미미할 뿐더러 요즘 새로 짓는 주택은 건평과 대지 넓이의 비율적용, 기술과 자재의 향상 등으로 연탄「개스」걱정을 훨씬 덜어주고 있다.
따라서 주택의 구조개량에 의한 사고방지 효과를 얻는 것이 주안점이라면, 건축법의 개정도 필요할지 모르되 그에 앞서 일반에 대한 계몽과 지도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외형적인 선전만으로는 그 실효를 거둘 수 없다. 가령 전문가들이 몇 가지의 「모델」을 만들어 구청 동 단위의 말단행정조직을 총동원하여 허술한 주택의 구조를 점검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생활환경의 보다 나은 관리에 지역사회의 행정력이 동원된다면 이보다 더 바람직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연탄「개스」의 사고율은 실로 엄청나다. 60년대 후반기의 통계에 다르면 전국의 연탄 「개스」중독자 수는 12만명에 달했고, 그중 4천5백명이 목숨을 잃었다. 같은 기간의 법정전염병 환자 13만명으로 거의 맞먹을 뿐 아니라 사망율은 연탄「개스」의 경우가 더 높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는 근대화의 물결을 타고, 다른 나라의 도시와 손색이 없게 됐는데도 연탄「개스」때문에 대도시 시민들이 끊임없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은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다.
당국은 무독「연탄」의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고, 그러한 근원적인 대책이 마련되기까지 온갖 가능한 방법을 써서 연탄「개스」사고예방에 주력해야 될 것이다. 이와 함께 가정마다 자기보호에 빈틈없는 노력이 있어야겠다.
연탄「개스」의 무서움은 잘 알면서 설마 하는 방심이 참변의 씨가 된다. 엄동을 맞아 한층 각 가정의 조심을 강조하면서 관계당국의 본격적인 대응책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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