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민주제도 정립(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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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장성환=유신혜법안의 또 하나의 특징은 헌법위원회 신설이지요.
이건 새로운 것 같지만 5·16 전 구 헌법에서 위헌법률심사권을 비상설의 헌법위원회에 두었다가 3차 개헌에서 상설기구인 헌법재판소에 주도록 했던 것을 5차 개헌에서 법원으로 옮겼던 것이므로 그것을 복구한 것에 불과합니다.
헌법학자들간에 독립된 기구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논의가 있었던 것이지요. 또 대통령 직속기관으로서 위헌법률 심사권도 가짐으로써 입법·행정·사법부에 대한 대통령의 조정기능을 대항한다고도 볼 수 있겠지요.
▲함정호=일반적으로 법원은 보수적이고, 그 때문에 세태발전에 민감하지 못 합니다. 정부가 진취적인 정책을 수립했다가도 법원의 위헌심사에 걸려 견제 받은 예가 많았지요.
▲장성원=헌법위원의 자격으로 정당가입이나 정치활동을 금지한 것 등으로 보아 3권에 속하지 않는 특수한 조정기관으로서 초연한 입장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한 것이지요.
▲장성환=개헌의 불가피성과 그 특징에 관해 좋은 말씀이 많았읍니다만 한마디로 이번 개헌은 10월 유신을 단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야겠지요.
현재 진행중인 남북회담을 우리 뜻대로 진행하고 평화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는데서 유신 헌법안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무엇보다도 정치사회체제의 낭비와 부조리를 제거함으로써 유신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데서 큰 의의를 발견할 수 있읍니다.
정치면에서는 복수정당제가 보장되긴 하지만 종전과 같은 과열된 정당국가적 양상은 없으리라고 전망됩니다.
전반적으로 이미 시작된 새마을운동과 함께 부강한 복지국가로서의 뚜렷한 방향을 정하고 발전해 나갈 것이 예상됩니다.
▲장성원=5·16 전에도 부분적인 헌법개정이 있었지만 그때 그때의 여건에 따라 권력구조의 변경에 치중한 것이었고 심지어 당리당략에 의해 좌우되는 경향이 컸지요. 그와는 달리 이번엔 그야말로 유신개헌입니다. 「유신」의 이름으로 전개된 국민적운동이 그 결과가 잘못된 일은 역사적으로 한번도 없습니다. 일본의 명치유신이 일본의 역사에 커다란 전기를 마련한 것은 물론 미국의 「뉴·딜」이나 「뉴·프론티어」 같은 말도 넓게는 유신이라는 개념에 포함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종전의 어느 정당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던 것과는 달리 이처럼 새로운 개혁을 위한 일이므로 이번 국민투표에 모든 국민이 적극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장성환=국민투표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적다고는 보지 않아요. 모두 관심이 있습니다. 개혁이냐, 정체냐에 각 개인의 생활이 직접 관련돼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함정호=헌법이라는 것은 국민이 피부로 느끼지 못 하는 경향이 있어요. 선거에서는 누가 당선되고, 낙선되느냐에 흥미를 갖지만 국민투표에서는 방관적 태도를 취하는 경향이 없지 않습니다.
헌법이란 국가의 질서와 국민의 생활에 밀접한 관련을 갖는 규범이라고 인식한다면 투표일을 놀러 가는 날 정도로 생각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헌법안에 대한국민투표는 민주주의의 생활규범을 정하는 성스러운 행사라는 점을 국민 모두가 재인식해야 하겠읍니다.
▲장성환=우리 국민의 정치의식수준은 그렇게 낮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투표경험에서 볼 때 그런 평가를 내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이번 유신헌법안에 대해선 더 말할 것 없이 국민이 잘 살기 위해 통치제도를 비롯한 국가체제를 개혁하고 우리에게 알맞은 민주제도를 창설하자는 것이고 국민들도 이점을 이해하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장성원=국가가 안정되고 번영된 길을 가자는 것을 국민이 대체로 이해하고 있다고 봅니다.
공산체제 속에서 살아온 그들이 자유민주주의의 참된 힘을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특히 과거엔 정부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도시민의 기권경향이 많았지요.
이번에 우리의 민주역량과 국민총화를 북한사람들과 세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봅니다.
▲장성환=우리는 동양철학을 배경으로 한 보수적인 체질 속에서 살아왔읍니다.
무언가 개혁하자고하면 선뜻 호응하지 못하고 일단 주춤하는 경향이 있지요.
새 시대에 살려는 국민으로서 전진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이번의 개혁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끝>
참석자
장성환<전 교통부장관>
장성원<한전이사>
함정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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