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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독 27년만에 길 튼 「공존과 협력」(3)|각국통신현지특파원이 본 양독정상화의 기류|기본조약의 문젯점과 앞으로의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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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두개의 독일국가들은 23년간에 걸친 냉전적 단기상태를 청산하고 상호간의 관계를 보다 완화시키는 기본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서로간에 한걸음 더 가깝게 다가섰다.
그러나 양측이 미사여구로 상찬해 마지않는 기본조약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의연히 분단국가인 채로 남아있게 되었다.
양측 사이의 엄중 경계된 접경선을 넘나드는 일은 기본조약과 그 전의 통행협정에 의해 한결 용이하게 되었지만 강철로 만들어진 장벽과 지뢰대가 여전히 한때 단일국가였던 독일의 중심지대를 꿰뚫어 펼쳐져 있는 것이다. 게다가 기본조약은 이번에 비록 조인되기는 했어도 「빌리·브란트」 서독수상이 희망하는 것처럼 그렇게 신속히 비준되리란 보장도 없다.

<기민당, 신중검토 공약>
앞으로 2주일 남짓 다가선 선거는 혹시 야당인 기민당의 집권을 가져 을 수도 있는 것이며 기민당은 이미 비준에 앞서 이번 조약원문을 세밀하게 검토하겠다고 공약한바 있다.
그러나 어떻든 전쟁으로 인해 상처받은 공산동독과의 관계를 교정해 놓으려는 「브란트」수상의 3년간에 걸친 노력의 소산이라 할 동 조약은 양독을 「유엔」에 동시 가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점에 있어 핵심적인 사항인 독일 통일의 문제를 일단 떠나서 국제정치의 현상인정을 바탕으로 해 「유엔」동시가입을 가능하게 하는 타협이 이루어진 것이다.
서독은 독일이 2개의 분리된 국가로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하나의 단일체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조약 제6조는 『(양독은)대내외 문제에 있어 상호간의 독립과 주권을 존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동독측이 바라는바 국제적으로 공인된 양독의 분리까지는 못 간 것을 의미한다.
제8조는 쌍방이 상주 대표부를 교환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나 서독은 동독에 보내는 대표부를 대사 격으로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브란트」정부는 동독에 대한 완전한 외교적 승인을 거부함으로써 재통일로 갈 수 있는 길을 약간 터놓고 있다.

<4대국, 서독입장 지지>
『단일 민족국가』라는 말의 개념에 대해서 전승 4대국인 미·영·불·소는 서독의 입장을 지지한다. 기본조약 협상이 끝나기 직전 이들 4대국은 공동선언을 발표, 이들이 승전으로 인한 독일전체에 대해 갖게 된 권리와 책무는 양독이 「유엔」에 가입한 후에도 계속 유효하다고 재천명했던 것이다.
이곳의 정치 관측통들은 적어도 예견할 수 있는 장래에 두개의 독일국가간의 4강국의 중재역할이 『독일통합』의 가장 강력한 형태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협정의 부속문서에서 서독은 기본조약 서명 전에 이 문제에 관한 그들의 태도를 다시 밝히겠다고 천명했다.
협정 제7조는 관계정상화 과정에서 양측은 정치협의회의 개최와 실질적 및 인도적 문제의 규제를 위한 준비를 하기로 했다.
이와같은 실질문제들은 대체적으로 서방측 보도가 전한바 동독으로부터의 불법 이주를 방지하기 위해 최근 더욱 강화되었다고 하는 국경통과문제를 완화하자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타결점은 동·서 검문소를 4개 더 중실, 철로와 수로에 덧붙여 도합 8개의 통행로가 되도록 한 합의이다.
게다가 56개 서독마을의 주민들에게 특별여행이 허가되어 이들이 1년에 30일 동안 국경선 너머 인접마을의 친구 및 친척들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양측은 또한 앞으로의 국경문제 규제를 위한 위원회 설치, 이산가족 재결합에 관한 제한완화, 식료품 및 선물탁송의 자유화 등에 합의했다.
「브란트」 수상은 이와같은 인도적 조처의 실례로서 동독이 이미 3백8명의 동독거주 12∼18세 어린이들을 서독에 있는 가족과 합류시키도록 하는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양독은 최초의 공식 통행협정이 체결된 지난달부터 경계선포항의 완화를 위한 절차가 시작되었다.

<경제교류 증진도 명시>
이 통행협정으로 서독인은 1년에 30일간 1천3백46㎞에 달하는 양독 경계선 너머 동독에 살아있는 친척을 방문할 수 있고 동독 내의 관광여행과 ,가족신상에 위급한 일이 발생했을 때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통행협정은 동시에 경계선 너머로의 물품의 교류도 완화시키고 있는데, 이 문제는 기본조약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기본조약 7조에 부속된 의정서는 양독이 경제교류의 증진을 지망시키도록 명시하고 있다.
「브란트」수상은 기고회견에서 기본조약에 명기되어있는 양독간의 특별무역협정은 동독상품이 관세 없이 구공시에 유입되는데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였다.
이밖에 의정서에서 쌍방은 과학·기술·운수·법률문제 등에서 협력하기로 합의하고 있다. 그러나 세부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이들 의정서는 기본조약이 정식 조인되어 교환되면 우편·전신·의료협력·문화교류·환경보호 등 문제에 관한 합의를 얻기 위한 회담이 다시 열릴 것을 기약하고 있다.
이들 의정서는 또 쌍방간의 비거래성 송금을 규제하기 위한 협의 및 동서독의 「스포츠」단체간의 합의를 위한 회담을 갖자고 약속하고 있다.

<외국기자 동독서 취재>
동시에 이 조약은 서구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상이한 이념으로 분리되어있는 동서독이 서적·정기간행물·방송자료를 공동으로 제작하는 방안을 마련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동조약에 첨부되어있는 상호간의 서한은 또 외국기자들이 동독 내에서 보다 많은 취재활동의 자유를 얻게 될 것임을 확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외국기자들의 취재영역은 동「베를린」에 주로 국한되어 왔다. 대부분의 서독인들에게 있어서 이 조약은 2차대전 이래 연합군의 점령지로 분할된 나라에서 생활함으로써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결정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브란트」수상은 이제 수백만명의 독일인들이 보다 쉽게 양독간의 국경선을 넘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관측자들은 이와같은 월경 움직임은 적어도 당분간은 대부분 서독인의 동독행에 국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백림에 대표단수락>
기본조약은 또 소련이 오랫동안 갈망해온 전 「유럽」안보회의의 소집을 도울 수 있는 길을 터놓는 것과 같은 광범한 정치적 파급효과도 갖게 될 것이다.
양측은 이 조약에서 『「유럽」제국간의 평화적 관계를 향상시키고 「유럽」내의 안보와 협력에 기여하겠다』고 서약하고 있다.
서독측에서 보아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동독이 동독령 1백78㎞내에 고립되어 있는 서「베를린」에 대한 대표권을 수락했다는 점이다.
이곳 정치관측자들은 기본조약의 중요부분 중의 하나는 양측이 다같이 독일문제의 『역사적 현실성』을 인정한 구절이라고 보고 있다.
이 구절은 실제에 있어 현재의 분계선과 두 국가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독일 통일문제를 보류하는 뜻을 갖는다.

<이념구분 분명히 하고>
관측통들은 이와같은 규정이 서독 정부와 정부 수준에서 긴밀한 관계를 갖되 양측 사이의 이념적 구분을 분명히 하자고 주장해온 동독측 『분단정책』과도 양립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와같은 동독의 입장은 동서독간에 여하한 문화적 유산도 공유하고 있지 않다는 정도로까지 극단적이다. 동독은 자기들이 독일역사의 모든 좋은 것을 계승했으며 서독은 제국주의와 자본주의 등 가장 나쁜 전통을 계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66년부터 키워온 이 입장에 대해 동독측에는 이념상의 곤혹이 뒤따르고 있다. 동독과는 반대로 공산 북한과 월맹이 아직도 재통일을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사실이 동독신문에서는 매우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다.
관측통들은 이번 동서독간 조약의 효과 중의 하나가 동독으로 하여금 자신의 이념적 입장에 대해 검토할 시간을 주리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현실적인 면에서 기본조약의 기타 효과들을 예측하기는 어렵다.
의정서에서 언급된 관계기선 사항의 대부분은 조약의 정식조인이 있은 다음 양독 정부간의 실질회담에 직접 좌우될 것인데 이는 만약 11월19일의 총선에서 기민당(CDU)이 승리할 경우 상당히 지연될 것이다.
동시에 동독의 「유엔」가입이나 전구안보회의 등 조약의 정치적 목표가 즉각 이루어지더라도 동독의 분단정책이 앞으로 여러가지 난점을 야기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앨런·코웰기【로이터=본사 독점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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