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특산의 고장 (6)|창령 땅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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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석유 발동기가 숨가쁘게 돌아가면서 마치 솜틀처럼 생긴 분쇄기 옆구리에서 알 땅콩이 쏟아져 나온다. 경남 창령군 남지읍 낙동 강변 모래땅에서 거둬들인 땅콩의 껍질을 까는 추수 작업이 한창이다.
이 고장 땅콩은 알이 굵고 고소하기로 이름나 있다. 강 마을 모래밭에 거의 빈땅이 없을 정도로 땅콩을 심어 경작 면적은 2백20여ha. 폭 2km나 되는 강변의 모래밭은 남지 농민의 젖줄.
지난해 5백여 농가에서 거둬들인 알 땅콩은 1백35t으로 l만7천여 가마 분이었다. 한 가마에 1만8천원∼2만원으로 서울 등지로 팔려 3천3백여만원의 소득을 올렸다. 올 가을은 땅콩 풍년으로 생산량은 1백80t. 4천5백여만원의 수입을 올려 농가 평균 소득은 천여만원.
남지 농민들은 60여년 전부터 버려진 모래밭의 박토에 땅콩을 심어 현금을 만질 수 있게 되었다. 4월 중순 씨를 뿌려 3∼4차례 김을 매주면 10월초 주렁주렁 달린 땅콩 포기를 뽑을 수 있다.
겨우내 알을 까서 팔아야 하는 고된 작업을 수십년 동안 계속했지만 이제는 1∼2일이면 알 땅콩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신무용씨 (65)가 7년 전에 분쇄기를 고안하여 손 작업을 석유 발동기에 의한 기계 작업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난 30여년간 내리 땅콩 농사를 지였다.
지난해에도 3천평에서 알 땅콩 20가마를 거둬들였고 올해에는 2천평에서 12가마를 수확했다. 신씨의 땅콩 밭은 5남1녀의 학자금 밑천. 지난 70년 막내아들이 대학을 졸업, 6남매 모두가 대학을 마치고 분가했다.
신씨는 이제 땅콩 가공 공장을 짓는 꿈을 가꾸고 있다. 맥주 안주에는 꼭 끼여야 하는 땅콩을 가공하여 통조림으로 만들어 시장에 내놓자는 것. 통조림 만드는 기계 1대에 1백여만 원. 이 꿈을 펴기 위해 신씨는 지난해부터 땅콩 밭의 수입을 한푼도 쓰지 않고 적립하고 있다.
『76년쯤 공장이 세워지면 수출도 할 수 있고 농민의 소득도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신씨는 기대에 차 있다.
글 김재혁 기자
사진 구태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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