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믿음을 갖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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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무엇이든 가계에 보탬이 될 일을 찾던 중,이웃 아주머님의 알선으로 시강 노점에 계란가게를 차렸다.경험도 없이 의지 하나 만으로 시작한 가게가 잘 될는 지는 앞으로 두고 볼일이지만,장사를 하면서 평소에 내가 마음에 새겼던 숙제를 푼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있다.
처음 문을 열던 날 한 소녀가.12원밖에 없다 기에 15원짜리 계란을 주며 다음에 가져오라고 일러주었다.1주일쯤 지나도 그 소녀가 아니 오기에 약간 실망했지만, 그 후에도 나는 몇몇 손님에게 다음에 갖다 달라 하기를 꺼리지않았다.
『절 언제 보았다고 그러다 안 가져오면 어찌 하시려 고요?』
서슴지 않고 베푸는 나의 친절에 놀라는 빛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감사히 나의 뜻을 받아주며 2~3일 후에는 반드시 돈과 함께 이웃 친구를 소개해 주고 빈 봉투를 모아다 가져오는 등 보답(?)을 잊지 않았다.
사회가 메말랐다고 들은 하지만 이토록 흐뭇한 인정은 누구의 마음에나 잠재해 있으리라.내 마음을 믿듯이 남을 믿을 때 남도 나를 믿어 주지 않을까.
낮 모를 소녀가 내 앞으로 다가섰다.
『그전에 12원만 내고 갔었어요』하며 1원짜리 셋을 내어 민다.
그제서야 그 소녀를 상기하며『고맙다』하고 웃어주는 나에게『아줌마 안녕히 계세요』하며 소녀는 마치 그의 선생님에게 절을 하듯 양손을 예쁘게 앞으로 모았다.
윤보리 (서울 성북구 미아 8동 동북 시장 안 꽃 계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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